많은 이들이 여행을 꿈꾸고 길로 나서지만 대체적으로 우리는 여행이 어떤 내적 경험을 선사하고 이를 세계로 확장하는 사유를 깊게 하지는 않는다. 여행지에서 우리는 쫓기듯 볼 거리를 빨리 스마트폰에 담기 바쁘다. 욕망하는 그 곳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것이다.
사회학자 김종엽은 ‘타오르는 시간’(창비)에서 3개월간 스페인과 모로코를 여행한 경험을 통해 우리시대 삶의 화두가 된 여행의 의미를 집중적으로 탐색한다.
일단 여행과 관광이란 말을 주역의 괘와 효를 통해 살핀 게 눈길을 끈다. 주역에서 여행의 여괘(旅卦)는 산 위에 불이 붙은 형상으로 풀이된다. 산은 그대로인데 사람이 바람 부는 대로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는 형국이다. 여행이든 관광이든 주역식으로 보면, 우리가 여행을 통해 하는 일은 빛을, 빛나는 것을, 찬연한 것을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추한 것이나 악한 것을 보지 않고 뻔하고 평범한 것도 보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런 것을 다가가서 가까이에서 눈으로 어루만지듯 보는 것이다.
바람직한 관광의 자세는 처음에는 어린아이 같은 눈으로 보고, 이후 살펴보고 헤아려보고 뜯어보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관기생에 이르는 것이다.
저자는 떠남을 추동하는 게 권태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시간을 사유한다. 하이데거의 권태의 세 단계로부터 시작해 세계의 표준시와 문확과 예술 속의 시간들을 탐색하며 벤야민의 ‘경험의 빈곤화’로 나아간다.
관광/여행에 대한 사유라면 걷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역사’부터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 오이디푸스의 길을 사유하며, 여행의 걷기는 시간의 가속화를 방어하는 행위임을 환기시킨다. 느리게 걷기는 “길과 길이 열어준 풍경을 우리 영혼에 가까운 것으로 아로새겨준다.”
책은 거쳐가는 장소인 공항과 운송수단인 비행기, 에어비앤비 같은 장소를 통해서도 여행의 의미를 돌아보는데, 여행의 요소들을 통해 인문학적 사유의 길로 안내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타오르는 시간/김종엽 지음/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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