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들 교과서’ ·‘피아니스트의 피아니스트’
11월 6일, 10일 서울·부산 리사이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피아니스트의 교과서’, ‘피아니스트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68세의 음악가는 매일 아침 1시간 넘게 바흐를 연주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의 시작을 바흐의 음악으로 여는 것은 마치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과 같아요. 마음을 정갈히 하고, 영혼과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한 거라 할 수 있죠. 매우 완벽한 일상이죠.”
안드라스 쉬프(69)가 오랜 세월 탐닉해온 음악의 세계를 한국 관객들과 나눈다. 오는 11월 서울(6일·롯데콘서트홀)과 부산(10일·부산문화회관)에서 4년 만의 내한 콘서트를 앞둔 그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큰 즐거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번 내한공연은 공연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성사됐다. 지난해 취소된 한국관객과의 만남을 이루기 위한 쉬프의 ‘강한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서울과 서울의 영혼은 늘 내게 감동을 줘요. 아름다운 박물관에서 한국의 도자기들을 보는 것을 사랑합니다. 특히 관객들이 환상적이에요.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열광적인 청중들이죠. 젊은 관객들도 많더라고요.”
부산은 첫 방문이다. 그는 “부산은 바닷가에 있는 아름다운 도시라고 들었다. 한 번도 부산에서 연주해 본 적이 없어서 새로운 관객을 만날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안드라스 쉬프의 음악엔 사조와 작곡가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하나의 노래’처럼 이어진다. 화려함보다는 진실하고 성숙한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가다. 이번 연주회에서 그는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에 이르는 고전 음악을 중심으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그는 바흐와 베토벤 해석에 있어 최고의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모든 작곡가 중 바흐는 가장 위대하면서도 가장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인물이다”라며 “성악이 아닌 악기로 표현하는 음악에 있어서도 신을 향한 그의 믿음은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연주자로서 바흐를 연주하기 위해 꼭 신자여야 할 필요는 없지만, 바흐를 연주할 때 만큼은 그와 마음을 같이 할 필요가 있어요. 바흐는 무신론자가 아니에요. 그는 매우 겸손했고, 자기 중심적이지 않았어요. 그는 우리를 위해, 또 공동체를 위해 작품을 써 내려갔어요. 결코 자신의 영광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섯 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세계적 권위의 리즈 콩쿠르와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입상한 그는 지금까지 90장이 넘는 음반을 냈다. 정확하고 세밀한 분석, 명징한 터치와 투명한 음색을 담아낸 그의 피아노에 대해 스스로는 아르투르 슈나벨, 에드윈 피셔, 알프레드 코르토와 같은 피아니스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곤 한다.
쉬프는 “오늘날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은 굉장히 비슷하게 들리고, 그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점을 구별해 누가 누구인지 알아차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특히 그 피아노의 사운드는 흐릿하고, 평범하며 시적인 면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래된 거장들은 위대한 사람들이었다. 그들 한명 한명은 온전히 서로 다른 개성을 자랑했다”며 “각각이 자신만의 개인적인 톤이 있었고, 음악적 사운드의 퀄리티가 각각의 작품마다 달랐다”고 말했다.
쉬프는 연주활동은 물론 음악교육가로 후학 양성에도 활발하다. 국내에서도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세계적인 젊은 피아니스트들과도 인연을 맺었다. 2008년엔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마스터클래스로 만나 그 자리에서 바로 루체른 페스티벌로 초대했다. 조성진, 문지영, 김수연과도 마스터클래스로 만나 교감했다. 관객과 만날 때는 해설을 곁들인 ‘렉처 & 콘서트(Lecture & Concert)’ 형식의 연주회를 열기도 한다.
그는 “오늘날의 청중은 50년 전에 비해 음악에 대한 교육과 정보가 더 적은 세대”라며 “학교에서 음악적인 훈련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가정에서 역시 매우 적은 음악을 경험하고 자란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베토벤 소나타를 끝까지 듣는 것은 어려운 여정일 수 있고, 그저 편히 앉아 즐길 수 만은 없어요. ‘아, 아름다운 곡이군요’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이러한 감상은 어느 정도의 안내와 정보를 필요로 하는 일이에요. 연주자가 직접 이러한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면, 프로그램북 속의 해설가에 의지하는 것 보다 나을 거에요. 공연 중에 관객은 프로그램북의 해설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