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 박범호 영등포서 전화금융사기전담팀장 인터뷰

“탐지기 들고 반경 1㎞ 이내 샅샅이 수색…곱지 않은 시선도”

“‘안 속는다’ 생각해도 보이스피싱 피해자 되는 사례 부지기수”

“수사기관·가족 빙자한 연락이나 금전 요구 시에는 의심해야”

박범호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2과 전화금융사기전담팀장이 제77주년 경찰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19일 영등포서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박범호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2과 전화금융사기전담팀장이 제77주년 경찰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19일 영등포서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번호변작중계기(이하 중계기)가 의심되는 지역이 나오면, 해당 지역 반경 1㎞ 이내를 샅샅이 뒤지는 수밖에 없어요. 그야말로 ‘복불복’이죠.”

제77주년 경찰의 날을 이틀 앞뒀던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5층 회의실. 박범호 영등포서 수사2과 전화금융사기전담팀장(경감)이 회의실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실제 사용된 여러 개의 중계기를 가져왔다. 60㎝ 너비 정도 되는 육중해 보이는 기기부터, 와이파이 모뎀을 빼닮은 소형기기까지…. 이처럼 다양한 중계기들을 보며 박 팀장은 “보이스피싱 범행에 사용되는 기기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헤럴드경제가 21일 경찰의 날을 맞아 만난 박 팀장은 지난해부터 해당 팀에서 근무하며, 보이스피싱 일당 일망타진을 위해 힘쓰는 현장 경찰관이다.

박 팀장은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이 날로 고도화되는 탓에 수사도 어려워지고 있다”며 “국제전화나 070 번호를 잘 받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를 역이용해 010 휴대전화 번호 등으로 바꿔 (범죄자들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소형 중계기처럼 새로운 형태의 중계기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제는 산속, 땅속, 개집, 건설현장, 아파트 소화전, 지하철 보관함 등 은닉하는 장소도 다양해지고 있다. 심지어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중계기와 배터리를 싣거나, 가방 안에 휴대전화 다수를 넣고 지하철 등을 타고 다니는 이른바 ‘인간 중계기’까지 등장해 경찰이 단속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박 팀장의 전화금융사기전담팀은 중계기를 단속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총 5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서울 31개 경찰서 중 영등포서를 포함, 5곳밖에 없다. 서울경찰청 내 컨트롤타워에서 중계기를 통한 보이스피싱 전화가 발생하는 의심 지역이 나오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야 한다.

중계기를 찾으러 강원 원주시까지 갔던 일도 있었다. 그는 “해당 지역에서 중계기가 들어있는 의심 차량이 있어 서울에서 100㎞가 넘는 거리를 직접 찾아갔다”고 했다.

검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범인이 자신을 향해 경찰관들이 접근한 것을 눈치채 차량을 몰고 급히 도주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주위 차량 여러 대가 파손됐다. 한 직원은 범인이 타던 차에 끼어 크게 다칠 뻔하기도 했다.

다행히 박 팀장은 도주 과정에서 버려진 휴대폰에 남겨진 지문을 채취하고, 피해 차량들에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두 달 간 고생 끝에 맺은 결실이었다.

갖은 고생 끝에 성과도 따라왔다. 박 팀장이 이끄는 팀은 최근까지 중계기 100여대를 압수했다. 범죄에 이용된 대포폰 번호를 정지한 것도 800개가 넘는다고 했다. 실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올해 9월 한 달간 보이스피싱 피해건수와 피해액은 각각 1289건과 316억원이었다. 해당 피해액은 2018년 6월(286억원)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적은 액수다.

개집 속에 은닉한 변호변작중계기의 모습.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제공]
개집 속에 은닉한 변호변작중계기의 모습.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제공]

박 팀장은 “이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기나긴 고민과 땀이 깃들여 있다”며 “중계기를 단속하기 위해 사용되는 탐지기가 한 경찰관이 애쓴 덕에 만들어졌다”고 털어놨다. 박 팀장에 따르면 2018년 당시 이범주 영등포서 지능범죄수사팀장은 중계기를 효과적으로 적발하기 위해 기지국을 방문하고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노력해 탐지기를 만들었다. 박 팀장은 “단속 현장에서 (탐지기가) 빛을 발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박 팀장과 팀원들은 하루 2만보 이상 걸어 다니며 중계기를 단속하고 있지만 힘든 부분도 있다고 했다. 탐지기의 무게는 4~5㎏. 탐지기를 안은 채 전국 방방곡곡을 다녀야 하니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팀장은 “폭우나 폭설이 내리거나 한여름 뙤약볕 속에서 (탐지기를) 들고 다니면 체력적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며 “10층짜리 고층 건물을 층별로 단속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단속을 다니는 경찰관들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다. 박 팀장은 “(그럼에도) 무거운 탐지기를 들고 다니면서 거리를 배회하면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며 “주택가를 배회했을 땐 ‘집값’이 떨어진다며 주민들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박범호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2과 전화금융사기전담팀장은 “수사기관이나 가족을 빙자해 연락이 오면 금전적인 요구를 하는지부터 주의 깊게 봐야한다”며 “절대 관공서에서는 문자나 전화로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주의를 요했다. 이상섭 기자
박범호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2과 전화금융사기전담팀장은 “수사기관이나 가족을 빙자해 연락이 오면 금전적인 요구를 하는지부터 주의 깊게 봐야한다”며 “절대 관공서에서는 문자나 전화로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주의를 요했다. 이상섭 기자

박 팀장은 시민들이 보이스피싱 범죄가 어떻게 고도화되고 있는지 늘 관심을 가져야 현혹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경찰 차원의 홍보도, 언론 보도도 많지만 아직 사람들이 관심 있게 보지 않는 것 같다”며 “‘나는 속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눈 뜨고 코 베이는’ 경우가 숱하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사 기관이나 가족을 빙자해 연락이 오면 금전적인 요구를 하는지부터 주의 깊게 봐야한다”며 “절대 관공서에서는 문자나 전화로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