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 실정·사임에 보수당 집권 12년만에 최대 위기

당원투표만으로 뽑힐 새 총리 지도력 의문

브렉시트 이후 6년여간 총리 잦은 교체

영국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이 20일(현지시간) 리즈 트러스 총리 사임 발표 뒤 후임 선출 규정을 언론에 밝히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 [로이터]
영국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이 20일(현지시간) 리즈 트러스 총리 사임 발표 뒤 후임 선출 규정을 언론에 밝히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 [로이터]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경제 실정에 최단기인 44일 만에 물러나기로 하면서 영국 정가는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보수당은 집권 1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노동당 등 야당들은 이참에 조기 총선을 해서 유권자의 의견을 듣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로 미뤄 지금 총선을 치를 경우 노동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보수당은 일단 다음 주 중에 원내 경선으로 차기 총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번처럼 당원 투표를 하면서 시간을 오래 끌 수는 없는 상황이다.

존슨 전 총리 사임 후에도 차기 구도가 명확하지 않고 당은 분열돼있었다.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 그는 지난 총리 선출 과정에서 원내 경선에선 1위를 차지했지만, 전체 당원 투표에서 리즈 트러스 총리에게 졌다. [로이터]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 그는 지난 총리 선출 과정에서 원내 경선에선 1위를 차지했지만, 전체 당원 투표에서 리즈 트러스 총리에게 졌다. [로이터]

지금은 트러스 총리 사임이 워낙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후보군의 준비도 덜 돼 있고 당 분위기는 더 혼란스럽다.

현재로선 트러스 총리와 경합한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과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 케미 베디너크 국제통상부 장관 등이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20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수낵 전 장관은 이날 밤에만 20여명의 추천을 받았다. 모돈트 원내 대표도 이미 동료 의원들의 추천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선 후보에 등록하려면 동료 의원 10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한다.

워낙 마땅히 의견이 일치되는 인물이 없다 보니 존슨 전 총리 이름도 나온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파티게이트'로 불명예 퇴진한 그는 다시 복귀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AP]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파티게이트'로 불명예 퇴진한 그는 다시 복귀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AP]

존슨 전 총리는 약 6주 전 트러스 총리에게 자리를 넘길 때도 다시 돌아오려고 한다는 설이 분분했다. 존슨 측근에 따르면 그는 다시 총리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존슨 총리는 그 밑에서 거의 60명의 장관이 떠나 충분한 추천을 확보하려면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존슨 전 총리는 7월초 내각 줄사퇴로 더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사임을 밝혔으며 총리실을 떠난 지는 이제 6주가 조금 지났다.

그의 복귀를 막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한 보수당 고위 의원은 존슨 전 총리 복귀에 관해 '판타지'라고 말했다고 텔레그래프지가 전했다.

지난주에 임명돼 '사실상 총리'로 불리는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출마 의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번 선거에선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이 원내 경선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전체 당원 투표에선 트러스 총리가 승리했다.

수낵 전 장관의 패배 이유가 듣기 좋지 않은 재정 건전성 얘기를 했기 때문인지, 인도계이기 때문인지는 불확실하다.

대신 수낵 전 장관이 ‘동화 같은 얘기’라고 비판한 공약을 내건 트러스 총리가 선택을 받았다.

영국은 이제는 동화가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지출 삭감 없이, 감세를 통한 성장을 한다는 달콤한 이야기가 어떤 재앙 같은 상황을 초래했는지 다들 경험했다.

이제 차기 총리는 함께 고통을 견뎌내고 미래를 향해 나가자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극소수인 보수당 의원들만의 결정으로 뽑힌 상황에서 쉬운 일은 아닌 듯 보인다.

영국은 2016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투표 이후 정치 경제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 차기 총리까지 6년여간 총리가 5명에 달한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투표 후 물러났고 테리사 메이 전 총리도 브렉시트 파고를 넘지 못해 약 3년 만에 거의 등 떠밀려 나갔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도 2019년 총선 대승리 성과와 브렉시트 본격 개시 등에도 불구하고 '파티게이트' 등의 문제로 역시 약 3년 만에 그만뒀다.

대처 전 총리나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등이 10년 이상 이끌었던 상황과는 대조된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