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과 겹친 대한민국 30시간의 먹통
소통·교통은 물론 금융도 올스톱 주말 대혼란
일상을 완전 지배하는 카카오…실상에 충격들
“내 생활에 카카오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 “플랫폼 독점이 일상을 이렇게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울 정도다” (카카오 이용자들)
지난 주말 대한민국 일상이 멈췄다. 카카오 서비스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가 운영하는 대다수의 서비스가 이틀에 걸쳐 ‘셧다운’ 됐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비롯해 교통, 금융, 유통 등 국민 생활 전반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 생활 곳곳을 파고든 ‘카카오 생태계’ 의존도에 대해 새삼 놀라게 됐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화재 한 번으로 국민 일상을 마비시킨 ‘카카오 세상’. 카카오 세상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바꿔 놓았지만, 한편으론 거대 플랫폼의 독점 구조가 얼마나 큰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뼈아픈 그림자를 남겼다. ▶관련기사 2·3·4·22면
▶일상 ‘올스톱’...곳곳서 ‘아우성’=카카오 장애는 15일 오후 3시30분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일어난 ‘인재’다. 소방당국 등은 전기실 내 배터리 주변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입주사인 카카오가 직격탄을 맞았다. 화재 진압을 위해 데이터센터 전원을 차단하면서 카카오가 운영하는 대다수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올스톱’됐다. 당장 카카오톡은 메시지·사 진·영상 전송과 로그인 등이 먹통됐다. 애초 화재 진압 후 전원이 재개되면 2시간 이내 서비스가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날을 넘겨 16일 오전 2시가 넘어서야 일부 복구가 시작됐다. 16일 오후 9시30분 상당수 서비스가 정상화될 때까지 약 30시간 동안 전 국민이 카카오톡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 택시, 버스, 내비게이션, 지하철 등 교통 서비스도 대혼란에 빠졌다. 카카오T는 ‘네트워크가 연결되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뜨면서 앱 사용이 먹통됐다. 생계가 달린 택시기사들은 앱 장애로 콜을 잡지 못하고 결제 도중 앱이 중단돼 사실상 손님을 받지 못해 하루 동안 장사를 망쳤다.
카카오페이의 예약 송금 서비스가 먹통되는 등 금융권까지 여파가 미쳤다. 이외에 카카오헤어, 카카오페이지, 포털사이트 다음 등 거의 대다수 카카오 관련 서비스가 올스톱됐다.
▶플랫폼 하나가 대한민국 좌지우지...독점의 그림자=상황이 심각해지자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 박성하 SK C&C 대표가 사과를 하고 나섰지만 성난 시민을 달래기는 역부족이였다. 특히 4600만명이 사용하는 카카오 서비스가 화재 한 번으로 ‘올스톱’ 되고 복구까지 늦어질 정도로 카카오의 백업 시스템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카카오 서비스 상당수가 시장지배적인 독점 구조였던 탓에 혼란을 더 키웠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재발 방지와 보완책 마련을 위한 제도적 손질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는 기간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보다 긴급 상황에 대한 예방·조치 책임이 비교적 가벼웠다. 현행 방송통신발전기본법상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의 대상에 카카오, 네이버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일정 규모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를 법 대상에 포함시켜 재난관리 책임 의무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그동안 부가통신 서비스가 기간통신 서비스에 비해 법률상으로 중요도가 낮다고 생각돼왔지만 이번에 보았듯 부가통신 서비스의 안정성이 무너지면 우리의 경제·사회활동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며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중요한 부가통신 서비스와 관련 시설에 대한 점검·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등 필요한 제도적·기술적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세정 기자
sjpar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