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세계관ㆍ‘환경 보호’ 메시지
청순ㆍ아련 대신 록ㆍ메탈 장르
묵직한 이미지, 사회 이슈 전달 용이
“유일해서 자랑스럽고 멋진 그룹”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의 청춘드라마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컴백을 앞둔 드림캐쳐(DREAMCATCHER)와 마주 앉아 신곡의 안무 영상을 시청했다. 멤버들의 눈빛에 결기가 새겨진다. 동작 하나 하나 놓칠 새라 보고 또 살핀다. 숨죽인 3분이 지나자, 몇 마디 말 대신 박수로 대신한다. 그 박수가 드림캐쳐(지유·수아·시연·한동·유현·다미·가현) 스스로에게 보내는 격려처럼 들렸다.
리더 지유는 “드림캐쳐는 유일해서 자랑스럽다”고 했다. 올해로 데뷔 6년차. 드림캐쳐는 누구와도 같았던 적이 없었다. ‘청순, 청량, 아련….’ 천편일률적 걸그룹 콘셉트와도, 음악과도 달랐다.
“하지만 그 유일함을 지키는 것이 늘 어려웠어요. 항상 콘셉트가 신선하고, 다른 그룹은 안 하는 길을 걷다 보니 매번 그 다음, 그 다음이 부담스럽기도 해요. 그래도 여태 잘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유)
컴백까지 걸린 시간이 짧다. 6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 드림캐쳐는 전작에 이어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2부를 시작한다. 미니 7집 ‘아포칼립스 : 팔로우 어스(Apocalypse : Follow us)’를 통해서다.
드림캐쳐는 ‘세계관 장인’이다. 록 메탈 장르를 뿌리 삼아 지난 6년간 악몽, 디스토피아를 거쳐 아포칼립스의 세계관을 이어가고 있다. 드림캐쳐의 독특한 세계관은 그룹의 정체성이자, 차별점이다. 보이그룹조차 시도하지 않는 ‘암울한 세계관’은 음악의 방향성을 결정했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접어들며 드림캐쳐는 악플러 등 사회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유현은 “드림캐쳐의 이미지가 강하고 묵직하다 보니,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아는 “사회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그룹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엔 환경 이야기다. ‘환경 문제’에 대한 언급은 전작 ‘메종(MAISON)’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멤버 시연은 “이번엔 환경오염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고 말했다. “전작이 부드러운 카리스마였다면, 이번엔 단호한 카리스마로 묵직한 이야기를 해요.” (지유)
캠페인 노래도 아닌 K팝으로 환경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수아는 “환경 이야기를 어떻게 음악으로 풀지 상상이 안 갔다”고 말했다. ‘메종’ 활동 때는 재활용품을 소품으로 활용했고, “연설하는 느낌”을 담았다.
“멋있는 콘셉트를 가져가면서도 환경에 대한 의미를 담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됐어요. 가사가 유치하진 않을까 우려도 됐는데, 표현하기에 어색하지 않게 나온 것 같아요.” (수아)
환경 이야기를 하며 멤버들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지유는 “나의 행동이 환경에 해가 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고, 공부하게 됐다”며 “평상시에도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도 지유는 텀블러를 가지고 왔다. 시연은 “자연이 훼손되며 돌고래들이 아파한다는 것을 알게 돼 후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수아는 “우리 스스로 환경 이야기를 하며 환경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관심을 불러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드림캐쳐는 전형적인 ‘계단돌’이다. 2014년 밍스로 데뷔해 실패의 아픔을 딛고, ‘드림캐쳐’로 재기에 성공했다. 차곡차곡 한 계단씩 올랐고, 해외에서 탄탄한 팬덤을 얻었다. 지난 6월엔 스페인 최대 음악 페스티벌 ‘프리마베라 사운드’에 K팝 가수 최초로 초청돼 무대를 꾸몄다. 전작 앨범으론 데뷔 1924일 만에 ‘음악방송 1위’에도 올랐다. 드림캐쳐 멤버 전원이 오래 품은 꿈이었다. 유현은 “음악방송 ‘직캠’ 영상에 ‘타팬인데 축하하러 왔다’는 댓글을 보고 국내에선 생소한 그룹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마침내 인정받은 느낌”이라고 했다. 지유는 “1위를 해본 사람과 안 해본 것은 다르더라”며 “일단 해본 만큼 이젠 다른 목표를 꿈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꿈꾸던 1위를 하고 나니 기대와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도리어 여유도 생겼어요. 저희 활동의 목표와 이유가 1위였는데, 이젠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이 들어 마음은 더 편해졌어요.” (다미)
“그렇다고 긴장감이 사라진 건 아니에요. 성적에 있어 ‘뒤처지지 말아야지’, ‘다음에 또 해야지’ 하는 조바심보다는 그래도 ‘이보다는 못하지 말자’는 생각도 하게 돼요.” (수아)
연습생 시절부터 치면 이미 인생의 절반을 하나의 목표를 두고 함께 걸었다. 그 길 위에서 몇 번을 넘어졌고, 몇 번을 주저앉았다. 지유는 “긴 시간 동안 포기한 적도 있고, 낙담한 적도 많다”고 했다. “그러다가도 그냥 우린 우리가 할 걸 하자며 다독이기도 했고요. 그런 마음이 우릴 단단하게 만든 것 같아요. 한 번의 1위로 흥분하지 말자, 선 넘지 말자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지유)
“계단돌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는게 정말 미미하게 느껴졌어요.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엄청 많아요. 그러다 요즘엔 어떻게 하게 된 일인데, 이왕 하는거 열심히 해서 노력하다 보면 뭔가 따라오겠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유현)
지난 시간 동안 멤버들 모두 한 번씩 슬럼프를 겪었고, 그 때마다 스스로를 돌보며 무사히 크고 작은 고비를 넘었다.
메인 보컬 시연은 ‘완벽주의 성향’으로 무대에 대한 부담도 컸다. “무대에서 실수를 하면 내가 메인 보컬 자질이 있나 싶어 힘들어했어요. 계속 이 안에 빠져 있으니 스스로 너무 힘들어지더라고요. 내려놓기까지 4~5년이 걸린 것 같아요.” (시연)
열일곱 살에 밍스의 막내로 데뷔했던 다미는 ‘말괄량이’라는 뜻을 가졌던 그룹의 이름처럼 상큼하고 발랄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다 그룹은 난데없이 록 음악을 하는 드림캐쳐로 재편됐다. 다미는 “정해진 곡과 콘셉트를 소화해야 하고, 못하는 장르를 도전하려다 보니 무서움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땐 자아를 잃은 기분이 들어 우울하기도 했어요. 저만의 시간을 누리는 방법도 몰라 시간이 날 때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요. 나를 잃어버린 것만 같았어요. 그러다 제가 하고 싶은 걸 찾아가면서 작곡도 배우고, 악기도 배우게 됐어요. 결국 전 음악을 가장 좋아하더라고요. 곡 만드는 걸 시도하면서 이겨냈어요.” (다미) 다미는 2018년 ‘악동, 이스케이프 더 이라(Escape the ERA)’ 음반 때부터 곡 작업에 참여, 당시 타이틀곡 ‘유 앤드 아이(YOU AND I)’와 수록곡 ‘스카(Scar, 이 더럽고도 추한…)’을 통해 첫 작사에 도전했다.
멤버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컴백 때마다 서로 의견이 달라”(한동), 하나의 뜻을 찾아가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이해의 깊이를 쌓아온”(수아) 것은 관계 유지의 노하우다. 지유는 “데뷔 초엔 철없는 행동을 많이 해 멤버들에게 폐도 끼치고, 미안한 점도 많았다. 그 때마다 멤버들이 다독여줘 너무나 고맙다”며 “이젠 멤버들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겨내게 된다”고 말했다. 그룹의 유일한 외국인 멤버인 한동(중국)은 언어로 인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한동은 “예전에 예능에 나가면 너무 부담이 됐다”며 “말을 못 알아들어 나 때문에 흐름이 끊기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많았다. 지금은 멤버들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나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시연은 “든든한 내 편 여섯 명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드림캐쳐는 멤버들에게 존재 자체로 ‘드림캐쳐’(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그물, 깃털, 구슬로 장식한 작은 고리. 가지고 있으면 좋은 꿈을 꾸게 해준다고 여겨짐)이자 ‘드림’이다. 남들과는 다르다는 점은 멤버들의 자신감이고, ‘여덕’들을 몰고 다니는 ‘멋쁨’(멋짐+예쁨)’은 멤버들에게도 고스란히 다가오는 자부심이다. 막내 가현은 “드림캐쳐는 멋있어서 좋다”며 “언니들 여섯 명이 나를 지켜줄 것 같다”고 말했다. 유현은 “드림캐쳐의 멤버여서, 이렇게 만나서 좋다”며 “다시 하라고 해도 드림캐쳐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드림캐쳐와 우리의 청춘을 함께 하고 있어요. 내가 몰랐던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린 우리의 청춘이 이 곳에 있어요. 드림캐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청춘 드라마예요.” (지유)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