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날리는 유쾌한 웃음 ‘킹키부츠’
초연작의 반란 ‘미세스 다웃파이어’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 ‘웃음’은 진짜 웃음이다. 무대와 마주하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마냥 웃기기만 한 건 아니다. 저마다 세상을 향한 따뜻한 메시지를 품어 무대가 끝난 이후에도 공허하지 않다. 모처럼의 연휴에 유쾌한 웃음을 만나면서도, 약 3시간의 긴 러닝타임이 아깝지 않을 두 편의 뮤지컬을 소개한다.
■ ‘화려한 쇼’·세상의 편견 깨부수는 유쾌한 웃음…‘킹키부츠’
2014년 국내 초연 이후 명실상부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잡은 화려한 ‘쇼 뮤지컬’ ‘킹키부츠’(충무아트센터)가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아 관객과 만나고 있다.
뮤지컬은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으로 관객을 데리고 간다. 경영악화로 폐업 위기를 맞은 구두 공장에서 남자가 신을 수 있는 80㎝ 길이의 부츠를 만들어 살아남은 성공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구두공장의 초보 사장인 찰리 역할엔 김호영 이석훈 신재범이, 찰리에게 영감을 주는 유쾌한 드래그퀸(여장 남자) 롤라 역엔 강홍석 서경수 최재림이 함께 한다.
‘킹키부츠’는 ‘편견에 맞서는 세상’을 이야기 하는 뮤지컬이다. 이야기의 본격적인 전개는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죽으며 도산 위기에 처한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와 세상의 편견과 억압에 맞서며 드래그퀸으로 살아가는 롤라가 만나며 시작된다. 무대는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의 꿈을 찾으려 했던 찰리와 롤라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그 모습 그대로의 타인을 존중하며, 꿈을 펼쳐보라는 메시지가 무대 곳곳에서 등장한다.
이야기는 난데없는 위기, 위기의 극복, 극복의 기쁨, 기쁨 뒤의 갈등, 갈등의 해결, 해피엔딩으로 나아간다. 예측가능하고 뻔한 이야기 구조와는 별개로 무대 위 드래그퀸 롤라와 여섯 명의 엔젤(김강진·윤현선·이종찬·전호준·한선천·한준용)은 신나는 노래와 안무, 뻔뻔한 연기로 관객을 완전히 홀려버린다. 이들 “여섯 엔젤은 한 명 한 명이 극중 드래그 퀸 롤라의 자아를 대변”(엔젤 전호준)한다.
15㎝에 달하는 아찔한 킬힐을 신고 여자 알토 음역대까지 치솟는 고음을 소화하는 이들은 명실상부 신스틸러다. ‘지구 방위대’처럼 사건 사고가 생길 때마다 등장, 아무 일도 아니라는듯 상황을 무마하는 이들은 관객에게도 ‘의지할 수 있는 존재’다. 커튼콜에 이들을 함께 부르는 ‘레이즈 유 업(Raise You Up)’의 가사(“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삶이 지칠 때 힘이 돼줄게, 인생 꼬일 때 항상 네 곁에”) 덕에 무대를 마치고 나서는 발걸음마저 행복해진다. 그 행복은 누군가의 마음 안에 자리한 저마다의 편견을 조각내는 힘이 있다.
■ 초월번역·코믹연기·가족애…초연의 반란 ‘미세스 다웃파이어’
‘추억의 할리우드 영화’가 무대로 올라왔다. 국내 초연작 ‘미세스 다웃파이어’(샤롯데씨어터)다. 배우 로버트 다우니주니어가 할머니 분장으로 스크린을 누비며 사랑받은 영화는 10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임창정, ’정통‘ 뮤지컬 배우 정성화 양준모와 함께 관객을 만나고 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영원한 피터팬’ 아빠 다니엘이 이혼 당한 뒤, ‘할머니 가정부’ 다웃파이어로 변장해 가족들과 보내는 좌충우돌 이중생활을 담았다.
작품은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무대들이 쉴 새 없이 전환돼 한 눈 팔 겨를이 없다. 극적인 전개 대신 가족의 사랑을 강조하는 이야기이다 보니 따뜻한 감동이 주를 이룬다. 이혼가정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나오다 보니, 부부의 세 아이들의 비중도 높다. 어린이 관객에의 시선에 맞는 아역 배우들이 출연, 성인 배우들 못잖은 놀라운 기량을 보여준다. 특히 큰 딸 리디아 역을 맡은 김태흐는 맑은 음색의 풍부한 성량,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이들의 연기 못지 않게 이들의 감정을 오롯이 무대에 옮겨둔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부모의 이혼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과 감정을 직관적으로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다.
‘어른들을 위한 코드’ 역시 곳곳에 등장한다. 초연작인 데다, 인기 할리우드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은 초월 번역으로 ‘현지화’에 성공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트렌드를 압축해 보여주는 영화, 광고, SNS 속 인기 유행어와 줄임말이 총출동했다. 유튜브 영상 시청 중 등장하는 광고나 넷플릭스에서 콘텐츠 재생시 등장하는 효과금까지 구현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디테일한 요소로 쉴새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심지어 15금(?) 정도 되는 대사나 노랫말로 등장한다.
촘촘히 숨은 디테일한 코드를 떠나 무대는 한바탕 웃고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코믹 연기의 달인인 임창정은 다웃파이어가 스크린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고음 장인답게 발라드 창법과 뮤지컬 창법을 적절히 버무렸다. 뮤지컬이 낯선 관객들이 보기에 마음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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