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네이처 인덱스가 5대 과학강국 리포트를 내놓았다. 네이처 인덱스는 2016년부터 해마다 전 세계 과학자가 인정하는 82개 과학저널에 게재된 주요 논문에서 연구자와 소속 및 기관 데이터를 측정해 지수를 발표한다. 특히 2015년부터 2021년 사이에 출판된 연구논문을 분석해 5대 과학강국과 그 특성을 다뤘다. 미국, 중국, 독일, 영국 그리고 일본 이 5개국이 막대한 예산, 세계 수준의 시설과 오랜 과학적 우수성의 역사를 기반으로 강력한 협력을 통해 인류의 도전에 나서고 있음을 확인해줬다. 이 각 국가가 자체적으로도 과학연구를 위한 높은 수준의 역량을 갖췄음에도 열의 있는 파트너십을 공유하며 세계 선두에 서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결과다. 이 기간 5대 과학강국의 공동 연구 점유율이 거의 70%에 이른다. 그중에서 미국과 중국은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정치적 긴장관계에도 양국 간 공동 연구 점유율이 전체의 56.5%로, 연구자 사이에 연대를 가장 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대 과학강국을 둘러싼 10대 협력 국가(프랑스, 캐나다, 한국, 스위스, 호주,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그리고 싱가포르)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미, 중, 일을 빼면 제대로 된 논문결과에 이르는 연구협력관계를 못 만들고 있다. 비슷한 과학기술 연구개발 투자 규모를 지닌 일본이나 독일과 비교하면 특이하게 취약한 국제 협력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9년 기준 연구개발 투자 총액 규모로 보면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영국과 비교해 국제협력점유지수를 보면 우리나라가 1544.89인데 영국은 3674.72로, 오히려 2배 이상의 결과를 보였다. 훨씬 적은 투자로 국제 협력을 핵심 전략으로 해 세계 최고 과학강국으로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분석하는 국가과학기술혁신역량평가(COSTII지수)에서 종합지수가 5위인 것에 비해 국제협력지수는 16위로,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상태인 것으로도 확인된다. 국제 공동 특허와 국제투자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지수이기에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과학강국들과의 협력을 지렛대로 전 세계 우수 지식자산을 우리 역량으로 당겨쓰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술패권경쟁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부터 준비하고 밀어붙인 자국 첨단 기술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입법 중 핵심인 소위 ‘반도체법’을 8월 9일 최종적으로 서명, 공포했다. 무려 2800억달러(366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담고 있다. 여기에도 전 세계 가장 우수한 역량을 미국으로 유입하거나 주요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미국이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내용이 핵심 전략으로 설계돼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방향 보고서에서 미국은 연구개발투자를 게을리한 것이 결국 미국민에게 중산층을 두텁게 할 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데 실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반성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가장 활력 있는 경제를 이어가는 국가인 미국도 혁신이 멈추는 순간, 발전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혁신의 동력이자 자산인 새로운 지식과 기술 그리고 인재를 얻는 기본은 연구개발이다. 그러나 연구개발투자를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독자생존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임을 미국과 중국이 보여주고 있다. 극심한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진짜 챙겨야 할 전략은 실력 있는 바깥세상과의 협력이다.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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