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 미국과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40여년 만의 고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한 영향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 공식적인 미국 경기침체 여부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판단하지만 기술적으로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0%대로 추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경제는 이미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며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지난 4월 전망에 비해 무려 1.4%포인트나 내린 수치다. IMF는 또한 지난 4월 4.4%로 제시했던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3.3%로 낮췄다. 중국의 3%대 성장은 지난 40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지 않은 한 경기둔화 기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석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 지연 등으로 무역 적자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G2마저 흔들리면서 우리 경제 버팀목인 수출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하반기 내수 소비도 불안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2분기 우리 경제성장을 이끈 민간소비도 코로나 재확산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IMF 수준을 뛰어넘은 고물가는 소비 심리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3% 올라 1998년 11월(6.8%)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10여년 만에 한반도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 영향으로 채소류 등 농산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부는 “9월 말이나 10월께 물가가 정점을 지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독일의 9유로(약 1만2000원) 티켓 같은 창의적인 고물가대책이 나와야 한다. 독일 정부가 지난 6월 선보인 9유로 티켓은 한 달간 버스, 전철 등 전국의 대중교통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어서 물가억제와 석유 소비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비슷한 9900원 ‘K-교통패스’가 대통령실 국민제안에 접수된 만큼 빠른 실행으로 국민의 교통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고공 행진하던 국제유가가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로 배럴당 90달러대로 떨어지고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을 재개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곡물 수입의존도를 줄이고 점진적으로 식량자급률을 높이면서 식량안보 측면에서 안정적인 수입유통망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외부적으로 미-중 패권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무역질서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나친 G2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이 절실하다. 언제든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상시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 등 다자 간 무역협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수출 및 원자재 수입처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내부적으로 정부는 과감한 규제 혁신으로 기업들이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미증유의 복합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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