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만 5세 입학’, 후폭풍 심화
“학교에 적응 못하면 왕따 우려”
“15개월 차 아이들이 한 학급에”
“낙오자 낙인, 하향 평준화 우려”
“육아휴직 계획도 꼬여, 퇴사 고민”
“교육부, 교육위 없이 발표 ‘월권’”
반대서명 1일 오전 10만명 돌파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교육부가 발표한 ‘만 5세 입학’을 골자로 한 학제개편안을 두고 교육계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들의 발달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학교 부적응, 돌봄을 포함한 가족계획 차질 등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2019년생 부모들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자마자 최대 15개월 격차가 날 수 있는 아이들의 적응 여부를 크게 우려했다. 유아학계에서는 아이들의 발달 능력이 개월 차이(월령)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충남 당진에 거주하는 2019년 2월생의 부모인 ‘워킹맘’ 구모 씨는 “아이들은 한두 달 차이도 아주 크다”며 “15개월 차이가 나는 아이들이 한 반에 있다가 신체 발달, 낮은 이해력 때문에 따돌림당할까 우려가 크다”고 염려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역시 2019년생 2월생의 부모 최모 씨도 “초등학교 출발선부터 아이가 낙오돼 뒤로도 계속 뒤처질까 너무 걱정된다”면서 “어린이집 입학 계획을 변경해 내년부터 당장 유치원을 보낼까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 2018년생 엄마들은 대입·취직에서 2019년생들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게 아니냐, 뒤처지는 아이들 챙기다 수업이 하향 평준화되겠다고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학제개편안에 따라 2025년부터 입학할 대상자들은 2년 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언어발달 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 2019년생 이후 출생 아이들이다. 여기에 발달 지연·부적응을 우려로 취학을 유예하는 아이들도 더해질 수 있다. 취학유예를 고민 중인 2017년 12월생의 부모 김모씨는 “코로나를 겪으며 경험 부재로 발달이 느린 아이가 많은데 나이에 맞지 않는 경쟁과 교육이 아이들 정신건강을 해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늦은 오후까지도 돌봄이 가능한 어린이집·유치원과는 다르게 초등학생이 되면 하교 시간이 빨라진다. 소도시에 살며 양가 부모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구씨는 “학원 뺑뺑이를 돌리기에도 한계가 있다”며 “방학 등 (한국 나이) 7살 아이를 혼자 둘 상황이 오면 내가 일을 그만둬야 하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돌봄 공백으로 인한 경력 단절 심화, 각 가정이 출산 전 세웠던 생애 계획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가 설명한 교육 격차 해소와 다르게 현장에서는 사교육이 늘어날 거란 예측이 우세하다. 올해 출산한 30대 공립유치원 교사 이모 씨는 “‘어차피 만 5세 입학이면 환경 나은 외국에서 애들 키우고 오자’, ‘원정출산 고민한다’ 등의 말까지 들린다”면서 “사교육으로 격차를 메울 수 있는 부모냐 아니냐에 따른 격차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부모들은 윤석열 정부가 수요·공급이라는 경제 논리로 교육 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씨는 “집중 시간이 최대 25분인 만 5세 아이들에게 폭력이자 학대인 정책”이라며 “법정대리인인 보호자의 의견 수렴도 없이 아이들 인생 전체를 시험대에 올려뒀다”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 등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절차를 무시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가 이미 결정한 것처럼 발표 후 추후에 의견수렴을 하는, 절차가 반대로 됐다”면서 “교육부가 국가교육위의 법적 권한을 침해한 월권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교육위원회법 13조에 맞게 교육위가 이 안건을 다룰 수 있게 하루빨리 교육위가 출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교육부 발표 이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등이 연이어 반대 성명서를 내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는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만 5세 초등 취학은 유아의 놀이권⋅행복권을 박탈하는, 역사적 심판을 받을 잘못된 정책안”이라고 규탄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교육계와 학부모단체 30여 곳이 참여하는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연다. 이들 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반대 서명에는 1일 오전 10시30분 현재 10만9680명이 참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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