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기분이 좋았다. 두 명의 ‘스타 장관’으로부터 독대 업무보고를 받는 날이어서 그랬을까.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쓰인 발신자는 ‘우리 당도 잘한다’고 했다. 엄지척도 날렸다. 해당 문자의 발신 시각은 26일 오전 11시 40분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직후다. ‘우리 당도 잘한다’고 했는데 무엇을 잘한 것일까. 국민의힘 당일 아침회의에선 “경찰은 총을 쥔 공권력” “경찰이 불복종” “총경 집단행위는 공무원법 위반” “경찰이 정복 입고 국민에 항명” 등 거친 발언들이 쏟아졌다. ‘집단 침묵’하고 있다는 눈총을 받은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움직였다. 그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경찰이다. 경찰 지휘부가 항명했다. 우려를 넘어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사력을 다했다. 반대 회의를 주도한 총경을 대기발령 냈고, 입법 예고기간을 단 나흘로 줄였으며, 인터뷰 금지령은 물론 모였던 경찰들에 대해서도 감찰을 진행 중이다. 모임 주도세력으로 경찰대 출신들이 지목됐고, 이제는 아예 경찰대 개혁에 나서겠다고 했다. 작용은 반작용을 부른다. 경찰은 반발했다. ‘다같이 처벌받자’는 주장도 나왔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경찰국은 오는 8월 2일 출범한다. 문제는 사안 처리가 너무 거칠다는 점이다. 법령 개정이 다수 야당 때문에 어렵다면 만나서 얘기하면 된다. 정공법이다. 국회는 후반기에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놨다.
윤 대통령을 ‘형님’, 김건희 여사를 ‘형수님’으로 부른다는 행안부 장관은 ‘쿠데타’ 발언으로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회의에 모였던 경찰을 형사처벌 하겠다는 발언은 ‘검사는 되고, 경찰은 안되냐’는 질문으로 되돌아왔다. 검찰은 총장의 ‘만류 지휘’가 없었지만 경찰은 청장의 ‘모임 자제’ 지휘가 있었다는 것이 근거인데 여전히 석연찮다. 검사든, 경찰이든 공무원이다. 그런데 경찰만 공무원법 위반이다. 이상하다. 신박한 논리도 등장했다. 검사가 헌법기관이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검사란 한명 한명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헌법상 영장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헌법기관”이라고 했다. 기소 독점 덕에 검찰을 ‘준사법기관’으로 본다는 해석은 있어도 검사가 헌법기관이란 주장은 금시초문이다. ‘쿠데타와 내란은 다르다’는 학설도 이번 논란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했다.
고작 행안부 내 국 설치 문제 하나로 나라가 왜 이렇게 시끄러울까.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이다. 한덕수 총리는 대정부질문에서 ‘윤 대통령은 어떤 분이냐’는 질문에 “이런 리더를 모시고 한 번 세계 6·7위 국가가 돼봐야겠다는 욕구가 솟는다”고 했다. 임이자 의원은 “인수위원회를 하면서 보니 솔직하고 소탈하고 정직하셨다. 가까이서 보면 따뜻하고 강한 사람”이라고 평했고, 한 총리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결단력이 대단히 강하다”고 거들었다. 대선 전인 지난 3월 4일 원희룡 본부장은 100분토론에 출연해 윤석열 당시 후보의 약점에 대해 “너무 자기 편한 대로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걱정되는 건 여기에다 권력이라는 후광에 싸이고 옆에서 전부 아부만 할 때 어떻게 될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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