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문제 내세우며 경찰 내부 갈등 조장”
행안부, ‘非경찰대 출신’ 초대 경찰국장 선임
이상민 “경찰대 불공정”…尹도 “공정한 승진 필요”
‘개혁’ 찬성 목소리도…“경찰대 출신, 고위직 독점”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윤석열 정부가 ‘경찰대 개혁’을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는 것을 두고 경찰대 재학생들과 동문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경찰대에 입학하기 위해 들였던 그간의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갔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경찰대 고위직 독점 문제를 개선할 특단의 조치라며 반기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찰대 학생들과 동문들은 최근 정부의 경찰대 개혁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경찰대에 다닌다는 이모(24) 씨는 30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경찰대에 들어오기 위해 삼수까지 했고, 명문대 입학 기회까지 포기했는데 그 선택이 후회되기도 한다”며 “육사 생도들이 군 장성이 되는 것도 다를 게 없는데, 왜 경찰만 이렇게 때리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경찰대 출신 현직 경찰관도 “현 정부에서 경찰대의 고위직 독점이라는 표면적 이유를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경찰 내부 결속을 약화시키고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의 갈등을 조장하려는 것 같다”며 “능력 있는 경찰관이 올라서야 하는 구조로 개선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와 같이 경찰대를 개혁의 대상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대가 고위직을 독점하고 있는 문제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경찰대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초대 경찰국장으로 비(非)경찰대 출신을 선임한 것도 이런 맥락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행안부는 경찰국장에 김순호 치안감을 임명했다.
김 치안감은 1963년 광주광역시 출생으로, 광주고·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경장 경채(경력경쟁채용)로 경찰에 입직했다. 경찰청 보안1·2과장, 서울지방경찰청 보안부장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친 ‘보안통’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6월에는 치안감으로 승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으로 근무해 왔다. 현재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이기도 하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를 앞두고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경찰대는 고위 인력을 양성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졸업하면 어떤 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경위로 임관될 수 있다는 불공정한 면이 있다”며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남들보다 훨씬 앞서서 출발하고, 뒤에서 출발하는 사람이 도저히 그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윤 대통령도 업무보고에서 이 장관에게 “경찰 입직 경로에 따라 공정한 승진 인사와 보직 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실상 경찰대 개혁을 주문한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경찰대의 고위직 독식 문제는 분명히 개선돼야 할 사항이라며, 경찰대 개혁을 반기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매년 120명이 경찰대를 졸업하고, 이들이 계속 고위직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순경 출신 경찰관들은 승진을 할 기회가 적은 것”이라며 “순경에서 시작해서 경위가 되려면 최소 16년은 걸린다. 이 때문에 그간 순경 출신들이 고위직으로 가는 경우가 찾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체 경찰의 2.5%에 불과한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총경 632명 중 381명(60.3%), 경무관의 경우 80명 중 59명(73.8%)이 경찰대 출신이다. 경찰 고위직 간부로 치는 경무관 이상의 경우 일반 출신은 3명(순경 출신 2명·경장 특채 1명)으로 2.4% 정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