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을 9%로 합의했다. 최근 10년래 최대 인상률이었던 지난해보다 1.5%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임직원 평균 임금을 10년 만의 최대폭인 9%로 올린 LG전자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8.2%로 확정했다. 대한항공 노사는 임금 총액 기준 10% 인상안에 합의했으나 더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조종사노조에 가로막혀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임금 하락이 임금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경제불황 속에서 고물가가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하반기에 심화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불안심리가 부각된 영향이다. 경제계에서는 생산성 향상 없이 임금만 오르는 것을 경계한다. 임금 인상으로 투자 여력이 감소하고 일자리 창출 여력이 줄면 경제의 뿌리를 뒤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고물가가 임금 인상을 압박하고, 이것이 다시 물가를 끌어올리는 소득유발 인플레이션은 사회적 갈등 양상으로 나타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기업 경영진을 만나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직장인들이 반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노동시장 내 임금 격차는 좁혀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이미 큰 수준인데다 중소기업 근로자가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은 갈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불황의 한가운데에서 고임금이 사회적 분열을 야기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중소기업이 전망하는 업황은 극도로 부정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10곳 중 4곳(36.9%)은 ‘현재 대비 올해 및 내년의 경영·고용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정적 응답은 특히 제조업(45.0%)과 서비스업(28.7%)에서 높았다. 정상적인 임금 지급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29.0%에 달하고, 인건비 증가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33.2%로 나타났다.
코로나19와 기업 규제 강화,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하된 고용창출 여력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21년 이후 중소기업의 절반(53.9%)은 ‘추가 채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고임금·고대우 직종에만 구직자가 몰리는 ‘일자리 미스매치’도 진행형이다. 지나치게 높아진 대기업 정규직 대졸 초임은 청년들의 ‘꿈’을 향한 경쟁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구직자들에게 눈을 낮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제품가격을 올리면 물가를 자극한다. 한 번 오른 제품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고액의 성과급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와 달리 중소기업 근로자가 겪어야 할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 임금 부문에서 대기업 수준에서 발을 맞추지 못한다면 인력난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여파는 대기업도 피하기 어렵다.
대기업은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고통분담 차원에서 격차 해소와 일자리 회복을 위한 안정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아울러 지나친 보상경쟁을 경계하는 동시에 일의 가치와 개인의 성과, 기업의 실적을 반영하는 임금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임금 인상은 불황의 파고를 타고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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