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리카도, 멜서스, 존 스튜어트 밀 등 경제학의 계보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경재학자들의 이론을 설명하는 책은 넘친다. 이들을 새삼스럽게 조명하는 일은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류동민 교수의 ‘9명의 경제학자들’은 걸출한 경제학자들 역시 저마다의 삶과 사회적 조건 속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 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학문을 사회과학적 시각으로 조명함으로써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경제학자들의 학문 세계가 그들이 살았던 사회의 구조와 맞닿아 있는 지점과 방식을 탐구하는 것인데, 저자는 이를 재현의 경제학, 내러티브 경제학으로 설명한다. 경제학자들이 경제 현실을 설명하고 재현하는 방식과 관점은 저마다 다르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의 경우,국부의 특성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증가하는지를 밝히겠다는 게 스미스의 내러티브다.

저자의 이런 사회과학적 시각은 그동안 경제학자와 그의 학문에서 읽어내지 못했던 것, 무시했던 공백들을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메워준다.

가령, ‘애덤 스미스 문제’로 불리는 인간은 각자의 이기심을 따라 행동함으로써 시장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국부론’과 아무 이익이 없어도 타인의 행복을 바라고 고통을 아파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도덕감정론’ 사이의 간극을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에서 저자의 시각은 꽤 설득적이다.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는 산업혁명이 일어나 최초로 자본주의적 근대화가 이뤄지기 시작한 때로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사람들 간의 교류 범위도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기존의 세상에서 적용되던 규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탐욕과 이기심이 활개치던 상황에서 질서는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에 스미스는 관심이 쏠렸을 것이다.

그 경제적 관심이 국부론에 요약되었다면 인간의 본성과 행동에 대한 관심은 도덕감정론에 담겼으며, 둘의 토대는 같다고 저자는 본다.

“거래 상대에게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 동시에 약탈하지도 않는 적당한 거리두기, 그렇게 스미스가 찾아낸 시장의 조화로운 작동의 비결은 그러나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으며 그 조화를 위한 제도를 찾는 것은 결국 도덕 감정의 영역이 아니었을까?”고 저자는 합리적으로 추측한다.

책은 리카도와 멜서스, 밀, 마르크스, 케인즈, 박현채까지 9명의 경제학자를 역사적 개인으로서 통시적·공시적으로 조명함으로써 그들이 말하지 못한 것들을 읽어낸다. 경제학사를 가르치지 않는 강단 풍토, 경제학을 수학 혹은 과학으로만 여기는 착각에 대한 지적도 날카롭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9명의 경제학자들/류동민 지음/EBS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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