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측, 당시 靑 안보라인 등 고발

법원 영장발부땐 기록물 열람 가능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어업지도원의 배우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사망한 공무원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사망한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 [연합]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어업지도원의 배우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사망한 공무원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사망한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 [연합]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측이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안보라인을 고발할 예정인 가운데, 법조계에선 직권남용 혐의 적용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 기록물도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열람하게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해 피격 공무원의 친형인 이래진 씨는 22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씨 측은 세 사람이 사망한 공무원의 ‘자진 월북’ 결론을 위해, 해양경찰과 국방부에 압력을 넣어 관련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공무집행방해 외의 혐의에 대해선 검토 후 추후 고발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선 공무집행방해보다 직권남용이 적용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한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대한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긴 쉽지 않다”며 “월북 결론 발표로 허위 보도가 나가게 한 셈으로도 볼 여지가 있어,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것으로 직권남용에 더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수사 방해 사건에서도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해 배포한 혐의를 받는 국정원 공보담당자가 검찰 수사를 받은 전례가 있다.

형사소송법 전문가인 김정철 변호사는 “직권남용은 권리를 남용해 행사하는 것으로 여러 가지 방향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향이 있지만 공무집행방해죄는 어려울 것 같다”며 “공무집행방해는 위계, 폭행, 협박 3가지가 구성요건인데, 폭행·협박한 건 아닐 테고, 위계로 보기에도 어려워 적용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 측이 고발 예정인 공무집행방해죄의 경우, 향후 검찰이 아닌 경찰에서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가 가능한 공직자 범죄 항목 중 공무집행방해는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실제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와 그 과정에서 폭행·협박·위계 등이 있었는지를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고발 대상자인 세 사람이 모두 3급 이상 공직자이고, 직권남용 범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이란 점에서 공수처가 수사하게 될 여지도 있다.

이씨 사망과 정부 업무처리 내용이 담겨 있을 대통령 기록물은 진상 규명 차원에서 열람하고자 할 경우 법원에서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통령이 특별히 보호해야 할 지정기록물은 최장 15년까지, 대통령 사생활 관련 기록은 최장 30년까지 비공개할 수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공개를 허용하고 있다.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2 이상 찬성 의결이 있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하면 가능하다. 대통령기록관이 기록관리 업무수행 상 필요할 경우 대통령기록관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도 열람할 수 있다.

이 사건을 ‘월북 공작’으로 규정한 국민의힘 측은 국회 동의로 기록물 열람을 주장하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족은 대통령기록관장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오는 23일까지 답을 준다는 회신을 받았으나 이 또한 가능성이 희박하다.

두 방법이 무산될 경우 결국 수사절차를 통해 확인하는 방법이 남는다. 유족 측도 문재인 전 대통령 고소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사가 시작되면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조사 결과가 사실에 부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기록물을 살펴보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다만 관련법은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거나 외교관계 및 국민경제의 안정을 심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발급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법원의 영장발부를 통한 기록물 열람은 대통령기록관이 생긴 2007년 이래 역대 정부에서 늘 반복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기록물 유출사건’ 수사 과정에서 2008년 영장 발부를 통해 자료열람이 허용됐다.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NLL 포기 발언’ 논란이 일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열람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보고 시간조작 의혹과 이명박 정부 댓글 여론조작 의혹, 김학의 성접대 수사 방해 의혹 당시 대통령 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세월호 특검팀에서도 두 차례 걸쳐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박상현·유동현 기자


po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