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급여 250만원, 두달째 지원자 ‘0명’”

일상회복돼도 일손 부족, 자영업자 시름

“고물가에 식재료·인건비도 올랐는데…”

요리사들, 금융업·배달 등으로 전직·퇴사

코로나19로 인력 떠났던 외식업계

저임금·힘든 노동에 복귀 않는 조리 인력

“내 생활 없는 삶에 미래 보지 못해 떠나”

“사무직과 비교하면 허탈…꿈으로 버텨”

전문가 “근본 대안, 음식 가격 상승”

“주5일 근무문화, 사회적 합의 필요”

주방은 누군가의 일터이기도 하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위치한 한 음식점의 주방 모습. 김광우 수습기자
주방은 누군가의 일터이기도 하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위치한 한 음식점의 주방 모습. 김광우 수습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김광우 수습기자] “4월 초부터 구직 사이트랑,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도 올리며 (사람을)구했는데 지원자가 없어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3만원 하던 식용유가 7만원이 넘었어요. 인건비랑 식재료만 이미 매출의 75%인데 월급을 더 주긴 어렵고….”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서 전통주점을 운영하는 이대훈(34) 씨는 17일 기준 두 달이 넘도록 주방 인력을 구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법정 감염병 등급이 하향되면서 일상 회복에 따라 외식업 경기도 살아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고물가 속 구인난이라는 또 다른 문제에 당면했다. 외식업계의 고질적인 저임금 고강도 노동 환경 탓에 코로나19 여파로 떠난 조리 인력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씨는 월 8회 휴무, 하루 10시간 근무 조건으로 메뉴 개발과 조리 업무를 담당할 정규 직원을 구하고 있다. 처음 올렸던 급여보다 20만원 올려 월 250만원에 매출 기준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문의만 올 뿐 지원자는 ‘0명’이다. 이씨는 주변 지인을 동원해 일손을 채우고 있다.

이씨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구직자들도 신경 쓰는 듯 하다. 체감상으로는 코로나19 전보다 구인이 더 어렵다”며 “식재료·인건비를 이유로 무작정 메뉴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안 올 수 있어, 다른 가게들도 서로 눈치 보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17일 기준 한국외식업중앙회 홈페이지 내 구인구직서비스에 등록된 주방 인력 구인자는 1만795명, 구직자는 2479명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홈페이지 캡처]
17일 기준 한국외식업중앙회 홈페이지 내 구인구직서비스에 등록된 주방 인력 구인자는 1만795명, 구직자는 2479명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홈페이지 캡처]

업계에서도 열악한 노동 환경과 구인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이날 기준 한국외식업중앙회 홈페이지 내 구인구직서비스에 등록된 주방 인력 구인자는 1만795명이지만 구직자는 2479명이다. 단순 비교해도 구인자가 구직자의 4.35배에 달한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전 주방 인력 부족률이 10% 내외였다면, 최근에는 20% 정도로 추산된다”며 “주방 업무가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알려져 있는 데다, 코로나19 때 타 업계로 빠진 인력이 일상 회복 속도만큼 빠르게 돌아오지는 않는 걸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음식점과 주점업의 전반적인 노동 환경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산업별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은 383만7000원인데 반해, 숙박·음식점업은 195만1000원에 불과했다. 전체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조사된 17개 산업 중 가장 낮았다. 업계 특성상 아르바이트 등 근무 시간이 짧은 임시직이 많고, 이들 또한 조사에 포함된 점을 감안해도 적지 않은 차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외식업 경영실태 주요조사 결과’에서도 지난해 기준 외식업계 상용 근로자의 1일 평균 노동시간은 9.6시간으로 파악됐다. 업종 특성상 주 6일 근무가 많고 사업장 평균 근로자 수는 2.9명으로 5인 미만인 탓에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도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5월 기준 외식업계 한 달 평균 영업 일수는 27.5일이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말, 7년의 조리 경력을 포기하고 금융업으로 전직한 A씨는 “군말 없이 해야 하는 추가 근무에 소리 지르는 일이 다반사였다. 내 생활이 없는 삶에서 미래를 보지 못했다”며 퇴사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퇴사 전 한 한식당에서 월급 280만원을 받으며 주 6일, 하루 11시간을 근무했다.

꿈을 갖고 요리사 일에 도전했던 청년마저 퇴사를 고민한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5년차 요리사 B(28) 씨는 “요즘 초임 요리사는 주 6일 하루 12시간 근무에 월 230만원 정도 받는 거 같다”며 “같은 경력의 사무직 친구를 보면 사실 허탈하다. ‘근무 시간 지나면 컴퓨터가 꺼진다’는데 주방은 장사가 잘될수록 재료 준비와 마감 시간이 늘어 불이 꺼질 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리 대신 배달로 간 친구들도 꽤 있는데, 같은 시간 일하며 기존 월급 2배를 벌었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저도 식당을 차리겠다는 꿈이 없었다면 진작 관뒀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외식업에서 일할 유인이 줄어든 현실을 지적하며 가격 인상과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후 지원금이나 돈을 벌 다양한 방법에 노출되니 노동의 질과 임금을 구직자들도 따지기 시작했다”며 “모든 게 오른 상황에서 결국 임금과 근무 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 소비자와 사용자의 인식 변화,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무 강도를 낮추기 위한 주 5일 근무가 가능한 환경을 위해 국가가 권장해야 한다”며 “계속 이런 식이라면 자영업자들이 골병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hop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