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은해에 직접 살인 혐의 적용
공소장에 ‘가스라이팅’ 적시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 씨가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 씨에게 물속 다이빙을 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영을 못하는 윤 씨가 거듭 거절하자 "그러면 차라리 내가 뛰겠다"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같은 정황을 보고 이 씨와 내연남이자 공범인 조현수(30) 씨에 직접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인천지검 형사2부(김창수 부장검사)는 이날 살인,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이 씨와 조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뒤 2년 11개월 만이다. 원래 두 사람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받았다. 물에 빠진 윤 씨를 구하지 않아 숨지게 했다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 씨와 조 씨에게 적극적 살인 행위가 있었다고 봐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MBC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검찰은 이 씨가 윤 씨에게 물에 빠져 죽음에 이르도록 강요한 구체적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인 2019년 6월30일 이 씨는 윤 씨에게 자신이 생리 중이라 물놀이를 할 수 없다는 의사 표현을 수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8시가 넘어 조 씨 등에게 4m 높이 바위에서 3m 깊이 계곡물로 다이빙할 것을 독촉했고, '뛰어내려야 집에 갈 수 있다'는 취지의 강요를 했다고 한다.
수영을 못하는 윤 씨는 3차례 거절했지만 이를 보다 못한 이 씨가 "차라리 내가 뛰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던 이 씨가 이렇게 나서자 윤 씨가 결국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일행은 "어느 정도 강압이 있었고 이 씨가 뛰겠다고 하니 (윤 씨가)'내가 좋아하는 여자인데 뛰는 건 못 보겠다. 차라리 내가 뛰자'고 생각해서…"라고 MBC에 설명했다.
검찰은 이 씨가 결혼 이후 윤 씨의 심리를 지배하며 착취했고, 조 씨와 함께 계획 살인까지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와 윤 씨가 교제를 시작한 시점은 사건 발생 8년 전인 2011년께다. 이 씨는 이때부터 윤 씨에게 돈을 받아냈다. 2017년 3월 결혼한 뒤에도 다른 남성들과 사귀며 윤 씨를 착취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 씨와 조 씨가 범행을 하는 과정에서 윤 씨를 상대로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적시했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히 조작해 판단력을 잃게 해 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다. 검찰은 이 씨가 윤 씨의 일상생활을 철저히 통제하고 극심한 생활고에 빠뜨려 가족·친구들로부터 고립시켜 자신의 요구를 남편이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6000만원 상당의 연봉을 받던 윤 씨는 이 씨와 결혼한 후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심지어 불법 장기매매를 하겠다는 글도 SNS에 올리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다. 윤 씨는 이 씨에게 찢어진 신발을 보여주며 신발을 사달라고 했고, 단전을 걱정하며 밀린 전기요금을 내달라는 메시지도 전송했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직장 동료에게 3000원만 보내달라고 요청키도 했다.
윤 씨는 16년간 대기업에서 일했지만 숨진 후 유족이 자취방에서 발견한 그의 통장에선 잔고 한 푼 찾을 수 없었다. 윤 씨 매형은 "처남 자취방에 있던 개인회생 서류와 금융권에서 보낸 압류 서류들을 보면 개인 빚만 1억5000만원"이라며 "빈소에서 이 씨에게 돈의 사용처를 물었지만 '돈을 많이 썼다'고 죄송하다고만 했다. 그 이상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 씨는 결혼 2년차인 2018년 12월에 이 씨와의 통화에서 "빚이 너무 많아 얼마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그만할까. 지친다"고 흐느꼈다.
이 씨가 "정말 그만 만나고 싶어"라고 묻자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이 씨는 윤 씨에게 "이해한다"며 공감한다는 식의 표현을 했다.
윤 씨는 사망하기 5개월 전 2019년 1월에는 조 씨에게 문자를 보내 "은해에게 쓰레기란 말을 안 듣고 싶다. 은해가 짜증 내고 욕할까봐 무섭다"고 호소했다.
윤 씨는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사망했다.
이 씨 등은 앞서 2019년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 씨를 살해하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윤 씨 명의로 든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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