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은해에 직접 살인 혐의 적용

공소장에 ‘가스라이팅’ 적시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 씨가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 씨에게 물속 다이빙을 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영을 못하는 윤 씨가 거듭 거절하자 "그러면 차라리 내가 뛰겠다"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같은 정황을 보고 이 씨와 내연남이자 공범인 조현수(30) 씨에 직접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인천지검 형사2부(김창수 부장검사)는 이날 살인,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이 씨와 조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뒤 2년 11개월 만이다. 원래 두 사람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받았다. 물에 빠진 윤 씨를 구하지 않아 숨지게 했다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 씨와 조 씨에게 적극적 살인 행위가 있었다고 봐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조현수(30) 씨가 지난달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조현수(30) 씨가 지난달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MBC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검찰은 이 씨가 윤 씨에게 물에 빠져 죽음에 이르도록 강요한 구체적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인 2019년 6월30일 이 씨는 윤 씨에게 자신이 생리 중이라 물놀이를 할 수 없다는 의사 표현을 수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8시가 넘어 조 씨 등에게 4m 높이 바위에서 3m 깊이 계곡물로 다이빙할 것을 독촉했고, '뛰어내려야 집에 갈 수 있다'는 취지의 강요를 했다고 한다.

수영을 못하는 윤 씨는 3차례 거절했지만 이를 보다 못한 이 씨가 "차라리 내가 뛰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던 이 씨가 이렇게 나서자 윤 씨가 결국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일행은 "어느 정도 강압이 있었고 이 씨가 뛰겠다고 하니 (윤 씨가)'내가 좋아하는 여자인데 뛰는 건 못 보겠다. 차라리 내가 뛰자'고 생각해서…"라고 MBC에 설명했다.

인천지검 형사2부(김창수 부장검사)는 살인 혐의로 이은해(31·여)씨와 공범 조현수(30)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인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씨와 조씨. [연합]
인천지검 형사2부(김창수 부장검사)는 살인 혐의로 이은해(31·여)씨와 공범 조현수(30)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인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씨와 조씨. [연합]

검찰은 이 씨가 결혼 이후 윤 씨의 심리를 지배하며 착취했고, 조 씨와 함께 계획 살인까지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와 윤 씨가 교제를 시작한 시점은 사건 발생 8년 전인 2011년께다. 이 씨는 이때부터 윤 씨에게 돈을 받아냈다. 2017년 3월 결혼한 뒤에도 다른 남성들과 사귀며 윤 씨를 착취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 씨와 조 씨가 범행을 하는 과정에서 윤 씨를 상대로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적시했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히 조작해 판단력을 잃게 해 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다. 검찰은 이 씨가 윤 씨의 일상생활을 철저히 통제하고 극심한 생활고에 빠뜨려 가족·친구들로부터 고립시켜 자신의 요구를 남편이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은해(좌) [온라인 커뮤니티]
이은해(좌) [온라인 커뮤니티]

6000만원 상당의 연봉을 받던 윤 씨는 이 씨와 결혼한 후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심지어 불법 장기매매를 하겠다는 글도 SNS에 올리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다. 윤 씨는 이 씨에게 찢어진 신발을 보여주며 신발을 사달라고 했고, 단전을 걱정하며 밀린 전기요금을 내달라는 메시지도 전송했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직장 동료에게 3000원만 보내달라고 요청키도 했다.

윤 씨는 16년간 대기업에서 일했지만 숨진 후 유족이 자취방에서 발견한 그의 통장에선 잔고 한 푼 찾을 수 없었다. 윤 씨 매형은 "처남 자취방에 있던 개인회생 서류와 금융권에서 보낸 압류 서류들을 보면 개인 빚만 1억5000만원"이라며 "빈소에서 이 씨에게 돈의 사용처를 물었지만 '돈을 많이 썼다'고 죄송하다고만 했다. 그 이상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된 이은해 결혼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된 이은해 결혼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윤 씨는 결혼 2년차인 2018년 12월에 이 씨와의 통화에서 "빚이 너무 많아 얼마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그만할까. 지친다"고 흐느꼈다.

이 씨가 "정말 그만 만나고 싶어"라고 묻자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이 씨는 윤 씨에게 "이해한다"며 공감한다는 식의 표현을 했다.

윤 씨는 사망하기 5개월 전 2019년 1월에는 조 씨에게 문자를 보내 "은해에게 쓰레기란 말을 안 듣고 싶다. 은해가 짜증 내고 욕할까봐 무섭다"고 호소했다.

윤 씨는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사망했다.

이 씨 등은 앞서 2019년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 씨를 살해하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윤 씨 명의로 든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