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하루 평균 160만배럴 23%↑

서방 제재 피하려 인천항 경유도

러시아 유조선 페가스호가 지난 1월 터키 서부 마르마라 에레일리시 한 항구에 정박 중인 모습. [로이터]
러시아 유조선 페가스호가 지난 1월 터키 서부 마르마라 에레일리시 한 항구에 정박 중인 모습. [로이터]

러시아가 서방의 에너지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달 유럽행(行) 원유 선적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원유 수송·보관 조사 전문업체 탱커트랙커스닷컴 자료를 인용해 ‘목적지 알 수 없음’이라고 표시한 러시아 유조선의 선적이 급증하고 있다며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선박을 이용해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수출된 러시아산 원유는 이달 들어 하루 평균 160만 배럴로 집계돼, 전달(130만 배럴, 이하 일평균) 보다 23% 늘었다. 또 다른 원자재 정보 제공업체 케이플러 조사에선 이달 130만 배럴로 전달 중순 기준 100만 배럴에서 30% 증가했다.

특히 이달 도착지를 밝히지 않은 원유 선박 수송량은 65만배럴로, 전달 2만 배럴에서 30배 이상 폭증했다. 도착지별 물량을 보면 ‘목적지 미상’이 가장 많았다. 유럽 최대 항만이 있는 네덜란드가 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어 에스토니아(17만 배럴), 루마니아, 그리스, 이탈리아, 불가리아, 폴란드, 스페인, 크로아티아, 핀란드(4만 배럴) 순이었다. 이 중 이탈리아는 3월 24만배럴에서 4월 약 12만 배럴로 절반 가량 줄었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러시아산 원유는 해상에서 더 큰 선박으로 하역된 뒤, 다른 화물과 섞이면서 출발지가 어디인 지 불분명해진다. 이같은 방식은 이란, 베네수엘라 등 서방의 제재를 받는 국가들이 수출 시 써온 고전적 수법이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이러한 선박 경로에는 인천항도 포함됐다. 가령 지난주 지브롤터만을 출발한 ‘엘란드라 드날리’호는 러시아 우스트-루가 항(港), 프리모르스크 항에서 각각 온 유조선에서 원유 화물 3를 실었다고 선박 경로 조사업체 관련 인사들과 선박운항업체가 전했다. 이 선박은 한국의 인천항을 경유해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로 향했다.

원유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러시아산 정제유는 라트비아산, 투르크메니스탄산과 섞여 시장에 팔리기도 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 여파로 석유를 헐 값에 판매 중이다. 시장에선 러시아 우랄유 가격은 브렌트유에 비해 배럴 당 20~30달러 가량 더 싸게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영국, 캐나다는 대러 제재 방안으로서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했으며, EU도 동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EU 회원국들이 앞으로 시행될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에 대비해 최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UBS그룹의 원자재 담당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EU의 러시아 석유 완전 금수 조치는 ‘내일 당신의 봉급을 40% 삭감한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속 지내야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당분간 원유 시장에서 러시아산에 대한 엄청난 할인이 있을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이런 환경이 매우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