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이태규·권영세 줄줄이 장관직 고사

北 도발·尹 강경노선 겹쳐 위상 추락 예고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둔 통일부의 신세가 처량하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새 정부 첫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애초 통일부 장관 하마평에서 가장 윗줄에 이름을 올린 이는 김병연 서울대 교수였다.

북한경제전문가인 김 교수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원칙에 기반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표방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새로운 대북접근 구상을 주도할 최적의 인사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인수위 측으로부터 통일부 장관 제안을 받았으나 고사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수위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 만났다”며 “감사하지만 제가 맡기는 어렵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개원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초대 원장을 맡은 지 얼마 안 돼 자리를 옮기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직을 중도사퇴한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도 한때 통일부 장관 물망에 올랐다.

실제 윤 당선인 측은 이 의원에게 통일부 장관직을 넌지시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 등 경험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의원은 윤 당선인의 1차 내각 발표 때 공동정부를 공언한 ‘친(親) 안철수계’가 배제되고 본인이 희망했던 행정안전부가 아닌 뜬금없는 통일부 장관 제안에 역시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돌고 돌아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권 후보자 역시 반갑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그는 14일 후보자 지명 뒤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로 첫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행정부는 제가 아니라도 여러 전문가들이 많이 계시니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당은 경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제가 당에서 일하는 게 윤석열 정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첫 조각인 만큼 당선인의 뜻에 따르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본인이 원해서 온 게 아니라 윤 당선인의 의중을 따랐다는 얘기다.

그는 전날 2차 내각 발표 기자회견 때도 “중진의원이고 국회 의석수가 굉장히 열세인 상황에서 새 정부의 정상적이고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당에 있는 것이 낫지 않겠나 생각했다”면서 “당선인께서는 저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당선인 뜻을 따르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윤 당선인은 지난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서울과 대구를 오가는 과정에서 동행한 권 후보자에게 통일부 장관 수락을 거듭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당권을 조준했던 권 후보자 입장에선 통일부 장관 자리가 축하받을 일만은 아니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가문의 영광’일 수도 있는 장관직을 연이어 고사할 정도로 통일부의 위상이 추락한 데에는 무엇보다 그동안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 모두 박수 받지 못한 통일부의 책임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권 후보자가 “통일부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다”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통일부 폐지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부정적”이라고 한 언급은 새겨볼만한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된 대북 강경노선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부의 입지와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후보시절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겨냥해 굴종적인 자세로 남북관계를 비정상적으로 만들고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시켰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남북관계 정상화를 공언했다.

게다가 북한 역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남측을 겨냥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노골적으로 거론하는 등 대남정책 전환을 예고한 상태다.

권 후보자는 주중한국대사를 지낸 4선 의원으로 선거대책본부장에 이어 인수위 부위원장까지 맡고 새 정부 ‘이너서클’로 부상한 서울대 법대 출신이자 윤 당선인의 대학 선배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안팎의 거센 도전을 극복하고 통일부의 위상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상=시너지영상팀]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