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입법예고 ‘경찰 인권보호규칙’ 제정안 관련
경찰개혁네트워크 등 14일 경찰 규탄 기자회견
“시민사회의견 거의 불수용…보여주기식 정책”
“경찰, 사회적소수자 권리보장 등 의견 수용해야”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정안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인권·시민단체들이 경찰을 규탄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 공권력감시대응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은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을 무시하는 경찰에겐 수사권 자격이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 2020년 실태조사에서도 경찰·검찰 수사 시 인권침해·차별이 43.1%로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답변이 나왔다”며 “인권침해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인권침해를 빈번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여주기식 정책이나 형식적인 제도에서 멈춘다면 ‘인권경찰’은 수사권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며 “제정안에 대한 시민사회 의견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제정안에 대해 차별금지 원칙·사유,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한 규정을 강화할 것, 인권교육에 대한 내용을 구체화해 명시할 것 등을 요구하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이들은 “경찰은 인권·시민단체들이 낸 의견 대부분을 불수용하겠다는 답변을 보냈다”며 “당연히 수용될 내용임에도 경찰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실천의 문제’라며 군색한 변명을 한다”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문재인 정부에서 수사권 조정이 주요 국정과제로 등장하자 경찰은 ‘인권침해’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인권을 내세운 정책과 제도를 만들었다”면서도 “드러난 현실은 수사권 확보에 대한 의지가 높아 인권을 동원하는 모양새”라고 일갈했다.
이들은 경찰이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경찰은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보호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며 “2018년 대체된 ‘경찰인권보호규칙’, 2020년 제정했다는 ‘경찰관 인권행동강령’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이 ‘모든 국민’이라는 말 뒤에 숨어 평등을 지향하듯 포장하는 것은 사회적 소수자가 구체적인 현실에서 겪는 각각의 차별과 인권침해를 보지 않으려는 행태”라고 덧붙였다.
지난 5일 경찰청은 ‘경찰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정안 입법예고 의견제출에 대한 답변서를 낸 바 있다. 해당 답변서에서 경찰은 차별금지사유와 사회적 약자에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해 달라는 의견과 관련해 “헌법에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이 있듯이 열거되지 않더라도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는 게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신체 수색·검증 대상자가 트렌스젠더일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현장에 같은 성별의 경찰관이 없을 수도 있어 같은 성인의 수색 참여는 인권침해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며 “유치장과 달리 체포현장 등 긴급 상황에서 경찰서장의 지명을 받아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현장에 경직성을 불러올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 외에도 경찰은 “피의자 조사 시 의사소통을 의무화하는 것과 같이 피해자 지원을 의무로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관련, 이 내용은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 조사 시에도 적용된다”며 “국민 모두가 제정안을 쉽게 보고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에서 ‘해야 한다’로 수정하겠다”며 일부 의견 등과 관련한 제정안 표현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와 피의자 인권 보호에 대한 규칙을 담은 제정안을 지난 2월 15일 입법예고한 바 있다. 해당 규칙은 수사 절차별로 국민의 권리를 규정해 각 단계별로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쉽게 알도록 하는 것은 물론 피의자 권리와 조력권을 보강,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입법의견 의견 접수가 마감된 해당 제정안에는 시민과 단체 의견이 1652건 몰리는 등 관심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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