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에 담긴 적나라한 실상 보니
北, 1949년부터 김씨 일가 독재
여성 수감자 대상 성범죄도 지적
中, 무슬림 소수민족에 제노사이드
러, 크름반도서 감금·고문 등 자행
미국 국무부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1 국가별 인권보고서’ 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위협받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담겨 있다.
매년 발간하는 인권보고서지만, 올해는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 침공과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대량 학살’ 정황이 포착됐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는 가운데 발표된 만큼 이목이 더 집중됐다.
북한은 정부가 주도하는 살인, 실종, 고문 등 각종 가혹 행위를 제지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한 것으로 묘사, 인권 상황이 최악의 상태에 가까운 국가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이번 보고서에는 또 미국과 체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 등의 인권 탄압 현황까지도 상세히 기술됐다.
▶“北, 1949년부터 김씨 일가가 이끄는 독재 국가”=미 국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을 ‘지난 1949년부터 김씨 일가가 이끄는 독재 국가’로 지칭하며 보안 당국의 각종 인권 유린 상황에 대해 자세히 열거했다.
보고서에는 북한 정부가 불법·임의 살인은 물론 고문, 정치범 체포·구금 등을 자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서술됐다. 또, 언론인에 대한 부당한 체포와 검열, 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한은 물론 출국·이동의 자유가 원천적으로 봉쇄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고서 내용 중에는 북한 정부가 공개 처형을 실시하고 있다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적혔다. 보고서는 북한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관련 연구를 인용, 북한 당국이 비행장 등 장소에서 공개 처형을 실시하고 관련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단속한 정황 등을 담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와 관련해 여행 제한이 강화되면서 탈북자가 감소하고, 국경 지대에 배치된 병력에 다른 총격과 이로 인한 부상과 사망 사례 등도 보고서에 적시됐다.
북한 각지에 소재한 정치범 수용소와 관련해서는 남성 교도관이 여성 수감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는 점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났지만 결국 지난 2017년 세상을 떠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와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부당하고 불필요하게 당국에 구금됐다가 2017년 석방 직후 숨진 웜비어의 사망 관련 전후 사정을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인권 유린이나 부패를 저지른 국가 공무원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이 밖에도 보고서는 “지난 2019년 치러진 전국 선거는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치러졌으며, 과정과 결과 모두 공정하지도 않았다”며 “연좌제, 인신매매 등 최악의 인권 상황이 여전히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권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 나선 리사 피터슨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 대행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어떠한 방법을 가지고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북한은 우리가) 영향을 미치기 극도로 어려운 환경이지만 북한 내 이슈를 둘러싼 인식을 제고하고, 우리의 노력을 계속해서 집중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中 신장서 제노사이드”…러 점령 크름반도 등서 자행된 인권 유린 비판=군사·외교·경제 등 전반적인 분야에 걸쳐 대립각을 펼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인권 유린 상황에 관해서도 미 국무부는 상세히 기술했다.
우선 중국과 관련해서는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내 위구르족 등 무슬림 소수 민족 탄압 사례에 대해 상세히 적었다. 무슬림 위구르족과 민족·종교 소수자 100만명 이상이 임의 감금을 비롯해 물리적으로 자유를 박탈 당했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족으로 대표되는 무슬림 소수자들이 제노사이드(Genocide·대량 학살)에 그대로 노출됐다”며 “강제 불임과 임신 중절, 출산 통제, 성범죄 등이 구체적인 증거”라고 거론했다.
성범죄 폭로 후 한동안 소식이 끊겼던 프로 테니스 선수 펑솨이(彭師) 사례도 언급됐다. 미 국무부는 펑솨이가 장가오리(張高麗) 전 중국 부총리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한 후 3주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후에도 당국이 행동과 발언을 통제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중 시민 기자가 실종된 사례도 거론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딸의 개인 정보 유출과 관련한 고문 사례,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한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이 밖에도 홍콩(香港)과 관련해서는 자치권 약화 및 정치범 문제, 집회의 자유 제한, 언론인 체포 등 사례가 보고서에 기술됐고, 중앙 정부의 티베트 통제와 종교의 자유 제한 등도 포함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대한 내용은 이번 보고서에 상세히 담기진 않았다. 보고서가 지난해 발생한 사안을 대상으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2014년 강제 합병한 크름(크림)반도와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등에 대한 문제는 보고서에 명시됐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 점령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체포·구금하는 것은 물론 고문을 하고 있다는 정황까지 포착됐다”고 했다.
여기에 미 국무부는 러시아 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성폭력은 물론이고, 강제 감금이나 고문 등의 만행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도 보고서에 적시했다.
또 미 국무부는 “러시아 내부에서 언론인에 대한 폭력과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자행하는 극단주의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이 인권 유린과 부패 등에 연루된 국가 공무원들에 대한 적절한 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