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평화협상 ‘낙관론’ 먹구름

“軍재배치 돈바스 완전 해방 완수”

러 국방대변인 공세강화 브리핑

젤렌스키 “어떤 미사여구도 못믿어”

“영토 1m위해 끝까지 항전” 밝혀

러, 마리우폴 일시적 휴전 제안

30일(현지시간) 한 달 넘게 지속된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으로 완전히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의 민간인 주거 단지의 모습이다. [로이터]
30일(현지시간) 한 달 넘게 지속된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으로 완전히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의 민간인 주거 단지의 모습이다. [로이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평화 협상에 대한 ‘낙관론’이 하루 만에 후퇴하는 모양새다.

러시아 측이 키이우(키예프) 등 군사 활동을 대폭 줄이겠다고 말한 곳에 대한 공세를 계속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북부 투입 병력을 이동·재편성함으로써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을 시사했고, 우크라이나 측도 러시아군이 전면 침공 이전 수준으로 군을 철수해야만 협상이 진전될 수 있다 맞섰기 때문이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AFP·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서 키이우와 북부 체르니히우 등에서 모든 주요 과제를 이행했다”며 “계획된 군대 재편성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 재편성의 목적은 우선적 방면에서의 행동 활성화이며, 특히 돈바스의 완전한 해방 작전 완수”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이 철군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라 수도 키이우와 북부 체르니히우 등에 집중적으로 배치했던 전력의 상당 부분을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 이동해 공세를 강화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북부 군사 활동 대폭 축소 방침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어떤 미사여구 하나라도 믿지 않는다”며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추가 전투를 준비 중이며, 우리는 우리 영토 1m를 위해서라도 싸우며 아무것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5차 평화 회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협상 이전 상태로 되돌아온 것이다.

양측에서도 협상 진전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이 이어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협상이 아주 유망하거나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고, 러시아 협상 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크름(크림)반도 합병이나 돈바스 지역 독립 인정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변함 없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에서도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러시아군이 2월 24일 침략 전의 위치로 철수해야 중립국 지위를 채택하는 국민투표가 부쳐질 것”이라고 강조했고,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도 “크름반도와 돈바스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이 지역에 대한 주권을 회복한 후에야 영원히 해결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역시 러시아가 군사 활동을 줄이겠다고 한 주장을 의심하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키이우 주변에 배치한 소규모 군대와 기동부대인 대대전술단(BTG)을 재배치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키이우의 북쪽과 북서쪽을 공격했던 군대가 재배치되고 있으며, 체르니히우와 수미를 공격했던 부대 일부는 벨라루스로 옮겨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배치된 러시아군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데 주목하며 러시아군이 전열을 정비해 다른 곳으로 병력을 재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평화 협상 다음 날인 3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북부 전선의 체르니히우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공세는 오히려 전보다 강화하는 모양새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마리우폴 내 민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휴전하고, 31일 오전 10시부터 인도적 통로를 개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마리우폴에 대한 공격을 종료하기 위해선 마리우폴 내 우크라이나 군의 완전한 항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포성이 완전히 멈추기까진 더 많은 희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