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난 지 벌써 20일이 넘었다. 그나마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 사이의 협상에 진전이 있다는 소문이 들려서 다행이다. 결과가 어떻든 시간이 지날수록 우크라이나 가장 약한 곳에 있는 사람들의 생명이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포기하지 않거나, 적극적인 행동은 하지 않고 말만 앞세우는 세계 각국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문득 고개를 돌리니, 거실 한쪽에 초등학생 아들을 위해 사준 지구본이 보인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니,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고작 손톱 하나 크기다. 우주에 최초로 다다른 사람인 유리 가가린은 이런 말을 했다. “지구를 멀리서 바라보면 지구는 서로 다투기에는 너무 작고, 협력하기에 딱 맞을 정도로만 크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전 세계의 소위 지도자들을 한데 모아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게 하면 어떨까. 상상하는 김에 조망 효과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도록 어떤 우주비행사도 다다르지 못한 멀리서 지구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사람이 우주 가장 멀리에서 지구를 바라본 것은 아폴로 미션 때 달에서 바라본 것으로, 이때 지구는 약 40만㎞ 떨어져 있었다. 지구가 주위를 돌고 있는 태양은 지구로부터 약 1억5000만㎞ 떨어져 있고, 이는 지구와 달의 거리보다 400배 더 떨어져 있다. 태양 역시 수천억개의 다른 항성과 함께 우리은하를 이루고 있는데, 그 반지름은 약 20경㎞, 지구와 태양의 거리보다 170억배 더 크다. 그래, 이것도 좋다. 하지만 더 멀리까지 나아가 보면 어떨까?
우주 안에는 우리 은하와 같은 은하가 수조개나 있다. 이 수많은 은하는 마치 그물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아름다운 우주 거대구조로 배열돼 있다. 그물의 한쪽 매듭에서 가까운 다른 매듭까지 거리는 대체로 10해㎞, 우리 은하 반지름의 약 4000배 정도나 된다. 어떤 곳에서는 여러 개의 그물 매듭이 강하게 뭉쳐져서 매우 큰 구조를 이루기도 하는데, 그중 큰 것은 1초에 지구를 7바퀴반 돌 수 있는 빛의 속도로 가도 14억년이 걸리는 크기다.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구조가 태어나기 위해 우리 우주는 138억년 동안 팽창하면서 물질을 조금씩 밀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보내야 했다.
필자가 이런 우주 거대구조를 연구하게 된 것은 큰 행복이다. 우리 우주의 모습과 그 뒤에 숨겨진 섭리의 놀라움을 느낄 수 있고, 동시에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런 존재가 어떻게 우주의 섭리를 연구실 구석에서 탐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우주 거대구조를 전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보여주면 어떨까. 우주비행사처럼 조망 효과를 누리게 될까. 이미 욕심에 눈이 가려 이웃의 생명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데, 14억광년 크기의 그물을 본다고 그들이 달라지기는 할까.
필자도 이웃 나라에서 고통당하고 있는 생명보다는 당장 하루가 멀다고 오르는 휘발윳값에 더 정신이 팔릴 때가 많다.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는’ 사람일 뿐이다. 남 욕하기 전에 다시 우주를 바라봐야겠다. 그리고 자신에게라도 이야기해야겠다. “그러지 마세요. 우리는 작은 점일 뿐입니다.”
홍성욱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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