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로 1억원 빌리는데 금리 4.2% 상담받아
강화된 DSR에 기존대출 상환요구까지…주택시장 실수요자 고통 가중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제 소유의 아파트를 담보로 생활안정자금 최대 1억원을 받을 수 있는데 상담해보니 금리가 무려 4.2%로 나오더라구요. 2년 전에 받은 신용대출이 금리가 2%대 초반이었는데 거의 두 배라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이게 ‘생활안정’이 맞나요.”(서울 소재 아파트 소유자 A씨)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세부 항목인 생활안정자금대출의 금리도 4%를 넘어 5%대를 눈앞에 둔 상황이다. 고금리를 마주한 차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집이라는 확실한 담보물건이 있고, 또 생활안정 목적이라면서 어떻게 신용대출보다도 더 금리가 높을 수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에는 2주택 이상 다주택자들이 전세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생활안정자금을 신청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갭투자를 한 집주인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2년 실거주를 해야하는 속사정이 있다”면서 “전세보증금을 내어줘야 해 비싼 금리에도 생활안정자금대출을 받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1억원으로는 전세금을 반환하기에 턱없이 모자란 경우가 많다. 여기에 주담대를 실행시키기 위해선 기존에 받아두었던 각종 신용대출을 상환하라는 요구까지 겹치면서 무리하게 ‘영끌’해 주택을 구입했던 일부 차주들은 고뇌에 빠지는 모양새다.
1주택자 B씨는 최근 세입자를 내보내고 실거주하기 위해 전세보증금반환대출을 신청했다. 그는 “주택가액이 6억원 이하라 보금자리론으로 신청했는데 은행이 상환의지를 보겠다며 기존 신용대출 일부를 갚으라고 하더라”며 “주식도 팔고 부모님한테도 소액을 빌려서 겨우 막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무리해서 더 비싼 집을 샀으면 보금자리론이 아닌, 금리가 훨씬 더 비싼 시중은행 대출을 알아봤어야 했다”며 “감당 못해 살아보지도 못하고 집을 경매에 넘길 뻔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뿐만아니라, 올해부터 DSR(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시장 실수요자들이 입주를 포기하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입주경기실사지수(HOSI) 자료에 따르면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인 주택건설업체 500여곳을 대상으로 지난달 전국 아파트 미입주 사유를 조사한 결과 ‘잔금대출 미확보’가 38.6%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한 10가구 가운데 4가구는 잔금대출이 안 나와 못 들어갔다는 뜻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실수요자들의 원성이 점점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금융위가 모든 비난을 한몸에 받고있는 중인데, 근본적으로 정부가 주택수요를 잡기위해 무리하게 대출규제 정책을 편 것이 잘못”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