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기술이 있다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아이들과 놀아주기 힘들 때, 반드시 통할 ‘마법의 기술’이 있다. 일단 이 단어만 들어도 벌써 킥킥거린다. 서먹한 분위기도 금세 후끈 달아오르니, 이 마법 같은 대화 주제는 바로 ‘똥’이다. 똥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환경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전 인류 누구라면 만들어내고 버려지는 존재, 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느냐는 고민에서다.
똥을 고민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기자 겸 작가인 로즈 조지는 저서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에서 “문명화된 현대사회에서 섹스도 사람들 입에 비교적 쉽게 오르내리고 죽음에 대해서도 더이상 쉬쉬하지 않는다. 하지만 배변은 다르다”고 분석했다.
그 역시 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분변 도착증자’라는 오해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인간의 배설물은 결코 폐기물이 아니다”며 “똥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똥의 재발견은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찾아보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내 ‘사이언스 월든’은 인분을 물과 따로 분리해 미생물이 인분을 분해, 이를 통해 만들어진 가스로 열 에너지 등을 만든다. ‘비비(Beevi) 변기·시스템’으로 불린다. 외관으론 일반 변기와 동일하나, 내부엔 똥과 오줌을 구분하도록 구성됐다. 똥은 최소한의 물을 활용해 진공흡입식으로 처리한다. 모인 대변을 미생물로 분해한 뒤 발생하는 메탄가스 등으로 에너지를 활용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한 사람이 하루 배출하는 인분의 가치는 500원. 매년 전 국민이 배출하는 인분으로 계산하면 9조원에 이른다.
저개발국 위생 상태 개선을 위해 고안된 화장실도 있다. ‘피푸백(Peepoo Bag)’이란 개인용 일회용 화장실이다. 내부 비닐엔 요소 성분이 포함돼 있다. 비닐 소재 역시 분해가 되는 소재로 만들었다. 녹색과 흰색 비닐이 대소변을 분해시켜 비료화한다. 피푸백 안에 담긴 배설물은 24시간 이후부터 비료로 진행되고 4주 후엔 완전한 비료로 전환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개인은 물론 공중 화장실 상황도 열악한 저개발국에선 피푸백 안에 대변을 본 뒤 통째로 땅에 묻으면 된다. 향신 재료도 포함돼 있어 비료 전환 과정에서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동형 변기를 퇴비형 변기로 만들어보는 시도도 늘고 있다. 퇴비형 변기의 기본은 똥과 오줌을 분리하는 기능이다. 냄새를 없애고 쉬운 퇴비화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과정이다. 커디(cuddy)라는 휴대용 퇴비화 변기는 똥과 오줌을 분리해 저장하고 똥을 쉽게 퇴비와 섞을 수 있는 기능 등을 갖췄다.
캠핑카용으로 퇴비형 변기를 자체 제작하기도 한다. 최근엔 귀농 인구가 늘면서 퇴비형 화장실을 설치하는 인구도 늘고 있다.
조재원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는 사이언스월든 채널 인터뷰를 통해 “수세식 화장실 시스템이 위생엔 큰 기여를 했지만, 하수처리장엔 엄청난 전기와 물을 사용하고 약품도 쓰게 된다”며 “각 가정에서 미생물을 활용하면 메탄가스 등을 난방용 등으로 활용하고 남은 건 비료로 쓰면 된다. 똥 오줌이 하나도 버려지지 않고 자연 속에서 충분히 순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샤워할 때 내가 눈 똥으로 만든 온수로 하게 된다면 기름으로 만든 온수를 쓸 때와 마음이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발은 똥에 대한 인식 변화다. 똥을 터부시하는 게 아니라, 긍정적 시선으로 관심을 두는 데에서부터 필요하다. 관심이 모이면 시장이 생기고 시장이 생기면 변화로 이어진다. 당연히, 우리가 반드시 똥에 관심을 둬야 할 의무도 있다. 이 격언(?)만으로도 설명은 충분하다.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