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국민연금 대표소송과 함께 노동계 ‘입김’↑
삼성전자 사상 첫 파업 가능성…노동이사, 이사회 갈등 전이 우려
의무화보다 자율적 도입 필요성 제기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면서 창사 이래 첫 파업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 하반기 시행되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민간으로도 확산될 경우 노동계 입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국민연금 대표소송과 함께 노동이사제까지 더해진다면 기업의 의사 결정 등 경영 상당 부분이 영향을 받게 돼 파업 이상의 대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관측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하반기 공공기관에 도입되는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만약 노동이사제가 민간으로까지 법제화돼 적용될 경우 삼성전자도 이사회 내에 노동자 출신 비상임이사를 선임하고 경영활동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3년 이상 재직자 중 근로자 대표의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사람이 노동이사가 될 수 있다. 근로자 대표는 근로자 과반수가 참여한 노조의 노조위원장이다. 노동이사제가 민간에 적용된다면 삼성전자의 경우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얻은 이를 노동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 6개 위원회 11명의 이사로 구성된다. 노동이사는 경영위원회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위원회는 회사의 중장기 경영전략, 사업계획·사업구조 조정, 판매계약 등은 물론 해외 직접투자 등 재무와 관련된 사항 뿐 아니라 급여 및 상여 제도 등과 같은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해 심의하고 결의할 수 있다.
재계는 이같은 노동이사의 이사회 참여가 이사회를 오히려 갈등의 장으로 만들고 경영상 의사결정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금협상에 난항을 빚고 있다. 노조는 회사 측이 제시한 임협 최종안을 조합원 투표를 통해 부결했고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만약 이사회가 임금협상 난항 등에 영향을 받고 노사간 갈등이 이사회로 전이될 경우 경영활동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때문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전국 4년제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에서는 노동이사제가 우리 경제시스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7%(다소 부합하지 않음 40%, 전혀 부합하지 않음 17%)로 나타났다. ‘부합한다’는 응답은 23%(부합되는 편 18%, 매우 잘 부합함 5%)였다.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자는 61.5%, ‘도움이 될 것’이란 응답자는 25.5%였다.
노동이사제의 민간 확대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민간기업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정치·사회적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90%였다. 실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자는 최근 TV토론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대선판의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재계는 민간부문 도입을 경계하며 자율적인 도입과 노동이사의 임기 중 조합원 자격 상실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총은 “우리 기업 상당수는 노사갈등이 심화돼 있으며, 노사간 신뢰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기업까지 노동이사제가 확대된다면 노사갈등이 증가하고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기보다는 기업이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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