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능,미모 겸비한 공직자, 궁녀들 으뜸
민간 자수 우수작들, 고종 이후에 궁궐 유입
고궁박물관 2월의 추천유물, 松鶴 자수병풍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궁녀는 고려·조선의 여성공무원들로 왕실내 소팀장급인 상궁 반열에 들어서기만 해도 정5품으로, 중앙부처 소팀장인 판관(종5품), 지방 고을 우두머리 현령(종5품), 현감(종6품)보다 높았다.
그래서 상궁이 지방 출장을 가면 현지 목민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마중나오기도 했다.
강진에 유배됐던 한 상궁은 현지 지방관들의 협조 속에 궁중음식 한상 차림을 강진에 전수시켰다. 강진 여행 갔다가 “정통왕실음식이 왜 강진서 나와?”라며 놀란 여행자의 물음에 답을 준다.
그래서 궁녀는 재주 있고, 미모가 뛰어나며, 지혜까지 갖춘 팔방미인이었다. 우리가 흔히 드라마에서 사대부집 규수가 취미로 수를 놓은 모습을 자주 보는데, 조선의 자수는 19세기말까지 궁녀들이 국내 가장 우수한 작품들을 독점적으로 만들어냈다고 한다.
3일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에 따르면, 조선 왕실의 자수 제품의 제작은 궁중의 수방에서 침선 궁녀들이 전담해 왔으나, 19세기 말~20세기 초 각 지방에서 민간 자수가 발달해 전국에 유통되면서 궁중에도 다량 유입되었다.
평안도 안주 지역의 자수인 ‘안주수(安州繡)’는 그 대표적인 예로, 대한제국 황실에서 평안도 지방 관청을 통해 자수 병풍의 제작을 의뢰해 구입하거나, 헌상을 받기도 했다. 근대기 황실 사진 중에도 안주수 병풍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있어 궁중으로의 유입 양상을 알 수 있다.
‘궁녀즈’들의 명랑하면서도 의리있는 모습이 슬픈 연가 ‘옷소매 붉은 끝동’의 여운 중 하나로 남아 있는 가운데, 고궁박물관이 3일부터 2월의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인 ‘소나무와 학을 수놓은 자수 병풍’을 박물관 1층 상설전시장 ’대한제국‘실에서 소개하고,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공개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자수 병풍은 대한제국 황실에서 실내를 장식하는 데 사용한 병풍이다. 노안도(蘆雁圖)로 유명한 조선 말~대한제국 시기 화가인 양기훈(楊基薰, 1843~1911년)의 그림을 바탕으로 했다. 병풍의 9폭과 10폭에는 그림에 붙인 시와 함께 화가의 관서와 낙관까지 수를 놓았다.
그림에는 ‘신 패강노어 양기훈이 공경히 그리다(臣浿江老漁楊基薰敬寫)’라는 문구가 있어 고종(高宗, 재위 1863~1907년)에게 헌상하기 위해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궁중 회화에 화가의 관서(款署)와 인장이 있는 것은 대한제국 시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으로, 1894년 도화서가 폐지된 후 화원(畫員)이 제작하던 궁중 회화를 일반 화가에게 의뢰하거나 헌상받는 방식으로 조달하게 된 시대적 변화를 보여준다.
노안도(蘆雁圖)는 갈대와 기러기를 함께 그린 그림으로 가을과 겨울 정취를 함께 그린 동양의 옛 산수화이다. 관서(款署)는 그림을 그리고 작가의 이름, 그린 장소나 제작일시, 누구를 위하여 그렸는지 등을 기록한 것을 말한다.
전시는 인원을 제한하지 않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진행된다. 또한,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국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gogung.go.kr)과 문화재청과 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에서 국·영문 자막과 함께 해설영상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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