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설 전 연휴에 지상파 3사가 열기로 한 이재명·윤석열 양자 TV토론회 방송을 금지해달라며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대선을 40일 안팎 앞두고 열릴 TV 토론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포함해 4자로 출발하게 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관위가 주관하는 법정 TV토론에는 언론이 공표한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 또는 직전 대선이나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에서 전국 지지율 3% 이상을 기록한 정당 후보가 초청 대상이다. 안철수·심상정 후보는 이 자격을 충족하므로 당연히 대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2월 15일) 이후 법정 토론 3회에는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양자 토론이 논란이 된 것은 중앙선관위가 참여 기준을 정한 법정 토론이 아니어서 방송사에 재량권이 있어서다. 법원이 방송사의 재량권을 인정하면서도 이번에 굳이 제동을 건 것은 토론 시기의 민감성에 있다고 봐야 한다. 설 밥상머리 민심이 대선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데 양당 후보만이 이 기회를 독식하는 것은 공정성과 기회 균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다고 본 것이다.
역대 대선에서 TV토론은 결정적 변수가 되지 못하기도 했다.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큰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초박빙이다. 이·윤 후보의 지지율이 30%대의 박스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스윙 보터가 30% 이상을 점하고 있어서다. 2030 MZ세대와 전통적 중도가 몰려있는 5060 베이비부머는 정당이나 인물 일체감이 희미하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가족 리스크 등 네거티브 요소가 판을 흔드는 비호감성이 작용했다. TV토론은 무엇보다 네거티브 공방에 묻힌 미래 비전과 민생 정책을 제대로 검증해 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TV 토론을 통해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면 표심을 정하는 스윙 보터도 늘어나 대선의 불확실성은 크게 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법원의 결정을 다자 토론만이 선이고 양자 토론은 악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설 연휴라는 시기적 민감성과 첫 토론이라는 특성을 반영한다면 다자간 토론이 무난하지만 앞으로 양자 토론도 활성화해야 한다.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올라온 이·윤 후보의 인터뷰 조회 수가 합해서 1000만이 넘는 것은 심층 토론에 유권자들이 얼마나 목마른지를 보여준다. 다자토론은 시간적 제약으로 자칫 기계적 균형만 이루는 수박 겉핥기식 토론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주제를 세분화해 우리 사회의 현안에 대한 후보자들의 문제해결 능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생산적 토론회를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