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자 퇴직 고법판사 13명
승진제 없어지고 업무 피로도 지속
“평생법관제 재점검 필요” 지적도
퇴직판사 2021년 상반기만 81명
[헤럴드경제=박상현·안대용 기자] 올해 정기 법관 인사에서 고등법원 판사 10여명이 사표를 낸 가운데, 조만간 단행될 지방법원 부장판사급 인사에서도 상당수의 사직 인사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사의를 표해 올해 2월 21일 자로 퇴직하는 고법판사 수는 13명으로 집계됐다. 법원행정처는 다음달 4일 지방법원 부장판사 및 평판사에 대한 정기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때 선호 보직이었던 고법판사들이 법원을 떠나는 것에 대해,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을 이원화한 법원 인사제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관 인사 이원화는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를 폐지하고,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인사를 별도로 단행하는 제도를 말한다.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인사를 별도로 나눈 이후 서울 고등법원 판사 경쟁율은 10대1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선별된 우수 자원들이 줄지어 사표를 내고 있는 셈이다.
한 고법판사 출신 변호사는 “주변에 그만두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고등법원은 사건이 어려운 데다가 일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며 “지금 고법판사는 예우는 없고 일만 더 많은 점이 이제 사직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에는 고법에 있다가 중간에 지방법원장으로 가고 할 수 있었는데, 이제 지방법원장은 추천제로 하거나 지방법원에서 뽑는다”며 “법원장으로 가는 것도 없이 10년 이상 재판 업무를 계속해야 하니 힘들어한다”고 덧붙였다.
다가올 지방법원 부장판사 인사에서도 대규모 퇴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법원은 전관예우 문제를 막기 위해, 법원장급 판사들이 일선 재판부로 복귀하는 ‘평생법관제’ 등을 도입했지만, ‘판사승진제 폐지’, ‘경력 법조인을 통한 법관 선발’ 등 조직 문화 변화와 맞물리면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렇게 많은 판사가 나가면 평생 법관하고 거리가 있는 게 아닌지 재점검이 필요한 시기”라며 “지방법원도 승진이라는 보상 시스템이 없으니 계속 법원에서 열심히 일할 요인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법 부장판사들의 경우 이번 인사 때 많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퇴직 판사 수는 상반기에만 80명을 넘어 대규모 사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법 부장판사급은 연 매출 100억원 이상 로펌에 직행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업 제한을 받지 않는 지방법원 부장판사들의 대형 로펌행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2020년에 퇴직한 판사 68명 중 11명도 국내 최대 규모 로펌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일선의 한 고법 부장판사는 “고법 부장 승진제도도 없어지고, 또 고법 부장급은 3년 동안 바로 취업을 못 하니 고법판사들의 경력을 필요로 하는 큰 로펌에서 스카우트 제의 등이 더 많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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