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핵심 모르는 경찰지휘부
“여경 내근직 적극 배치하라”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 공문
일선 경찰 “남녀 차별적 인사”
전문가 “성별 아닌 능력 채용을”
여성 경찰관(여경)의 치안 현장 대응 논란이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기동본부 내근직에 여경을 우선 배치하라는 공문을 하달해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 수뇌부가 여경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히려 불을 지피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서울경찰청이 일선 경찰에 하달한 ‘경비부서 전·출입 인사기준’에는 기동본부 내근직에 여경을 적극 배치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청은 기존 직원이 전출 등으로 공석이 발생하면 여경으로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기동본부와 협의를 해 해당 목표를 잡고 결정을 하게 됐다”며 “기동본부 내근직 전체 인력의 7%인 22명을 여경으로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윗선에서는 남녀차별이 아니라고 하지만, 남자가 빠진 내근 자리에 여경을 의무적으로 채우면 결국 남성 경찰관(남경)은 그만큼 외근 등 힘든 일로 배치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여경의 현장 대응 문제가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는데, 치안에 적합한 여경을 선발할 생각은 못하고 편한 자리만 내주려 하니 문제가 더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윗선에서 근본적인 문제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여경의 현장 대응 논란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인천 흉기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한 여경이 현장을 이탈해 비난이 쏟아진 바 있다. 이후에 같이 있던 남경도 역시 이탈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여경에 집중된 비난은 식지 않았다.
역시 지난해 11월 경기 양평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 현장에서도 남경들이 피의자를 제압할 때 여경이 멀찌감치 서 있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겨 ‘여경 무용론’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무릎이 땅에 닿은 상태에서 팔 굽혀 펴기를 하는 등 치안과 동떨어진 여경의 채용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결국 여경 채용 시에도 무릎을 땅에 닿지 않고 체력 검증을 하도록 개선했다.
여경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젠더갈등과도 맞물려, 맹목적인 비난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부산경찰청은 공식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추위에 쓰러진 노인을 위해 점퍼를 벗어준 여경의 미담을 올렸다. 하지만 이를 본 사람들은 ‘조작된 사진 같다’, ‘현장에서 강력범죄를 대응하는 남경들은 한번이라도 이렇게 홍보해준 적 있냐’며 비난을 쏟아냈다. 부산청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 처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통상 경찰이 2인 1조로 출동하지만, 여경이 있을 경우 ‘남성 2명여성 1명’으로 지침이 바뀌었다는 ‘가짜뉴스’가 돌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치안에 적합한 여경을 채용해야 한다고 일갈하면서도, 맹목적으로 남녀 갈등으로 몰고 가는 여론에 대해서도 주의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경찰을 선발할 때, 특정 성별 숫자 맞추기가 아니라 각 직무에 맞는 능력 중심 채용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여경 문제를 남녀 갈등으로만 바라보고 비난하고 (서로를)분열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채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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