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성장 쇼크 타개‘장기집권 노림수’분석…정부부채 GDP대비 245% 달해 증세 연기땐 재정파탄 가능성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의원 해산ㆍ조기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17일 발표된 일본의 7~9월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대비 1.6%(연율) 감소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자 정치 생명을 건 조기 총선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주 내 중의원을 해산한 뒤, 다음 달 14일 조기총선을 실시할 계획이다. 중의원 해산은 일본 총리의 특권이다. 명분은 내년 10월로 예정된 2차 소비세 인상(8→10%)을 보류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세 인상 쇼크와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진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와 정치자금 문제로 신임 장관 2명이 사임하는 등 최악의 위기 국면을 조기총선으로 단번에 잠재우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아베 정권 지지율은 이달 들어 취임 후 최저치인 40%대로 떨어졌지만, 야당의 지지율이 현저히 낮아 선거를 다시 치러도 집권 자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때문에 이번 조기총선 카드가 1차 소비세 인상 등 경제실정을 덮고 장기집권을 하기 위한 아베의 ‘꼼수’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지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총선을 치르는 것이 자민당 총재 재선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아베 총리가 내달 총선에서 압승하면 사실상 4년 임기를 보장 받을 수 있다. 일본 언론은 “평소 아베 총리가 선거를 되풀이하며 이기는 게 장기집권의 요령이라고 말해왔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그의 정치 스승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지지율이 비교적 안정적이던 2005년 9월 중의원을 해산한 후 치른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 2차 대전 이후 세번째 장수 총리(2001~2006년)가 됐다.
그러나 아베의 소비세 인상 연기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일본 정부 부채가 GDP대비 245%에 달하는 상황에서 증세를 미룰 경우 재정 건전성 회복은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 경제의 국제 신인도는 떨어지고 국채 금리 급등, 정부 이자부담 증가, 재정 파탄으로 이어져 아베노믹스가 파국을 맞을 수 있다.
지난달 31일 일본은행의 추가완화가 소비세 인상을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었고, 17일 열린 정부의 전문가 회의에서도 10명중 8명이 내년 가을 소비세 증세가 예정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베 총리에게 플랜 B는 없다”며 “아베 총리는 한눈 팔지 않고 아베노믹스의 세번째 화살인 성장전략 가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본격 침체 vs 바닥 쳤다=17일 발표된 일본의 3분기 GDP 속보치(-1.6%)가 예상을 크게 밑돌자 “아베노믹스는 실패”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악화의 원인이 아베노믹스 핵심인 엔저에 따른 물가상승과 지난 4월 실시된 1차 소비세 증세(5→8%) 여파로 소비가 살아나지 않은 데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야당인 차세대당의 사쿠라우치 후미키(櫻內文城) 정무조사회장은 “아베노믹스의 실패는 명백하다”며 “지방의 실물 경제에 전혀 파급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사오 게이치로(淺尾慶一郞) 다함께당 대표도 “세금을 들여 선거를 치르기보다 경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아베 총리의 중의원해산 및 조기총선 구상을 비판했다.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의 시라카와 히로미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수익 개선과 인력부족으로 고용상황이 개선되고 소득은 증가하고 있지만 물가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은 디플레이션(물가하락)에 익숙했던 만큼 물가상승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경기가 이대로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견해는 적다”고 선을 그었다. 신문은 “가을 들어 소비침체가 누그러지고 있다”며 “냉장고 등 백색가전의 국내 출하액이 지난 9월, 5개월 만에 전년 실적을 웃돌았다”고 전했다.
미쓰비시UFJ증권 시마나카 유지 분석가는 “2월부터 미니 후퇴에 들어갔지만, 8월 바닥을 치고 회복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미즈호 종합연구소의 도쿠다 히데노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0~12월기 실질 성장률을 연율 플러스 4.0%”로 예측했다. 그는 “겨울 보너스 증가가 소비를 자극하고 유가하락으로 부담을 던 중소기업에서도 임금을 상향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대기업의 올해 연말 보너스는 전년대비 5.78% 증가한 89만3538엔(약90만원)으로 나타났다. 2년 연속 5% 이상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거품경제기 1989년~1990년이후 처음이다
▶아베노믹스 살 길은?=아베노믹스가 궁지에 몰리자 세계 경제 3위국인 일본 경제 앞날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노믹스 본래 목적은 금융완화와 재정확대로 시간 버는 동안 성장전략을 추진해 성장성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며 “증세 판단 때마다 반복되는 혼란에서 빠져나오려면 구조적인 저성장 문제에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경제 전문방송 CNBC는 일본 경제를 살릴 아베의 3가지 탈출구는 ▷개인투자 활성화 ▷노동개혁 ▷보호 규제완화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아베노믹스의 세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이 둔화하고 있다”며 “노동시장 유연성과 정규직ㆍ비정규직간 격차 해소에 정책의 무게를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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