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개 시범단지 통합재건축 추진위 구성 이어
13개 단지 모인 ‘재건축 연합 추진위원회’ 추진
정부·성남시는 리모델링 특구에 정책 무게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재건축을 향한 분당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시범단지 4곳이 통합 재건축에 착수한 가운데 추가로 9개 단지가 가세했다. 특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6일 수도권 1기 신도시 5곳의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재건축 성사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정부와 성남시가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에 힘을 싣고 있어 재건축 성사 가능성을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이미 높게 형성된 용적률 탓에 사업성이 부족한 점도 걸림돌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분당신도시 내 상록우성과 한솔한일, 파크타운 서안, 삼익, 롯데, 대림, 까치 1단지와 까치 2단지 등 9개 단지 주민은 ‘분당 재건축 연합 추진위원회’ 구성에 착수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분당시범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먼저 구성했던 서현 삼성·한신, 우성, 한양, 현대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추진위는 “12만세대가 동시에 노후화되고 있지만 전세난 등으로 동시멸실은 불가능하다”며 “전체 재건축 기간이 길기 때문에 첫 단지의 빠른 재건축 시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 시공 당시 내진 설계가 이뤄지지 않았고, 주차 대수 부족으로 화재에 취약한 것도 순차적인 재건축 필요성으로 언급했다.
이들은 구체적 일정도 제시했다. 2024년으로 예정된 정비예정구역 지정을 올해로 앞당겨 2030년 첫 입주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용적률 상향 적용, 안전진단 등 규제 완화 등을 성남시와 경기도에 요구했다.
실제 지난해 재건축이 가능한 30년 연한을 채움과 동시에 먼저 재건축 추진에 들어간 서현 삼성·한신, 우성, 한양, 현대 등 시범단지 4곳은 성남시가 최고 용적률 280%까지 재건축을 허용할 경우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한신(1781가구), 우성(1874가구), 한양아파트(2419가구), 현대아파트(1695가구) 등 7800여가구는 200%에 조금 못 미치는 용적률로 완공됐다. 통합 재건축으로 1만가구의 새 아파트단지 구성이 가능할 경우, 경제성도 어느 정도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추진위 구성과 별도로 재건축에 나선 정자동 한솔3단지의 경우 용적률이 150% 내외에 불과하다. 분당 내 많은 곳이 이처럼 재건축으로 충분히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유 용적률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움직임은 대선을 앞두고 1기 신도시 용적률 완화 가능성이 언급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 윤 후보는 이들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밝힌 뒤 용적률을 추가하고 체계적으로 재정비사업을 추진하면 10만호 이상을 추가 공급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현재 이들 1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은 169∼226% 수준이다. 정확한 상향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토지 용도 변경과 종·상향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와 성남시는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우선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분당의 경우 지금도 안전 등급 D등급이 안 되는 비교적 양호한 곳이 대부분이다. 분당보다 먼저 재건축에 돌입한 상계동과 목동 아파트도 넘지 못한 정부의 최종 안전 등급 판정을 분당이 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성남시 역시 1000억원의 시 재정으로 기금을 만들 정도로 리모델링 우선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성남시는 최근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한솔마을 6단지 등 7곳에 조합 설립을 위한 용역, 안전 진단, 안전성 검토에 드는 비용 등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내건 ‘리모델링 특구’ 정책의 연장선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