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이자 기회
반도체 패권전쟁 향방에 촉각
대규모 투자 결과에 주목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2022년 반도체 업계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기술·설비투자, 미-중 갈등을 비롯한 반도체 패권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파운드리(수탁생산) 최강자인 TSMC와 이를 뒤쫓는 삼성전자와의 대결구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가보지 않은 미래’, ‘냉혹한 현실’ 등 올해 화두를 던졌던 이재용 부회장의 ‘뉴 삼성’이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대규모 투자, 결과는…=2022년 반도체 투자와 기술개발 경쟁이 어떻게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한다. 170억달러가 투입되며 삼성전자의 미국 내 투자 중에선 최대규모다. 2022년 공사가 시작돼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캠퍼스 P3라인의 완공도 하반기 예정돼있다. 반도체 생산시설 확충에 나선 삼성전자가 TSMC, 인텔 등과 메모리·비메모리 시장에서 어떻게 1위 싸움을 이어나갈지 주목된다.
TSMC도 시설 확충에 혈안이다. 3년 간 10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를 들여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유럽에선 독일 정부와 공장 건설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역시 미 애리조나에 200억달러를 들여 공장을 건설하고 유럽에는 최대 95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술개발 경쟁도 치열해 삼성전자는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등 TSMC와 대결을 펼치고 있다. 기존 핀펫(FinFET)보다 효율성 등이 개선된 차세대 ‘GAA(Gate-All-Around) FET’ 공정도 개발 경쟁의 핵심이다.
SK하이닉스도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2단계가 남아있다. 1단계 투자가 결실을 맺어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2위를 달성할지도 관건이다.
재계 관계자는 “2022년 핵심은 투자다. 투자를 많이 해 생산을 늘리고 빨리 가는 것이 관건”이라며 “삼성전자, 인텔, TSMC가 계속 투자를 발표하는데 2022년에 어떤 싸움이 펼쳐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이자 기회’=삼성전자는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봉쇄령으로 현지 낸드플래시 공장 생산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봉쇄령으로 인해 인력·물류 등 이동이 제한되면서 생산에 어려움이 이어졌지만 최대한 생산라인을 가동시키며 정상 운영에 힘쓰는 중이다. 그러나 사태가 해를 넘기고 2022년까지 장기화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한 번 중단되면 재가동 후 수율을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시안 공장이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코로나19는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전체적인 수요 면에서 메타버스·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 발전과 대규모 데이터 활용으로 이어지면서 여전히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수요 확산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D램 시장에서는 올해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간스탠리가 공급 확대로 인한 반도체 시장의 ‘겨울’까지 전망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페이스북) 등 ICT기업들의 메타버스 사업 확장으로 탄탄한 수요가 이어지면서 슬그머니 전망을 철회했다. 2022년 역시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기기 신제품 출시 등 견조한 수요가 예상된다.
▶반도체 패권전쟁, 향방은?=2022년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패권전쟁과 자국 중심주의 확산의 향방도 시장이 주목하는 이슈다.
올해 미-중 간 무역분쟁 등 양국간 첨예한 대립으로 반도체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되기도 했다. 최근엔 중국계 자본이 매그나칩반도체를 인수하려고 했으나 미국 규제당국의 승인 지연으로 인수를 철회했다.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추진하던 SK하이닉스도 중국 규제당국의 승인 지연으로 마음을 졸여야 했다. 중국은 ‘제3자 경쟁 업체 한 곳이 기업용 SSD 시장에 진입하는 걸 도와 중국 국내 시장 경쟁을 활성화시킬 것’ 등 6개 조건을 내걸어 SK하이닉스가 2022년엔 이를 어떻게 이행할지도 관심사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워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10%대에 머물고 있어 달성을 위한 정책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역시 반도체 산업을 경제안보 이슈로 보고 설비투자 세제 혜택 지원, 유치 경쟁 등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도 한국·중국·대만에 편중된 생산 거점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관련 지원 법안을 준비하는 등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밖에 미국 반도체 제조사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암(Arm) 인수도 난항을 겪는 등 각국의 경제 안보 싸움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업계는 2022년 경쟁구도와 각국의 정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