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단 '개발' 집중 신약후보물질 빠른 상업화
설립 4년만에 1조5000억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
개발 중인 3개 후보물질 美 FDA 임상계획 승인
“흔히 사람들은 R&D라고 '연구'와 '개발'을 하나로 묶어서 생각합니다. 하지만 엄연히 연구와 개발을 구분해서 봐야 하죠. 신약 분야에 있어 약의 기전을 찾는 것을 연구라고 하면, 이를 어떤 질환에 적용할지 발전시키는 것을 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사는 이 개발에 방점을 두고 있는 신약개발 전문 바이오벤처입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개발 소식이 최근 몇 년 새 잇달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신약개발의 역사는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될 정도로 축적된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이런 신약 개발은 보통 대학이나 기업의 연구원 출신이 '초기연구'를 진행하다 그 약물의 가능성을 보고 직접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에는 노하우가 있지만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경험은 부족하다. 중간에 개발을 중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이유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대표 이정규·사진)는 개발역량을 바탕으로 가능성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해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는 약으로 개발하는 사업모델을 택하고 있다. 좋은 원석을 사와 가공을 거쳐 고가의 보석으로 만들어 파는 것과 같은 셈.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당사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탐색연구 없이 개발 전념)라는 사업모델을 추진한다. 후보물질을 직접 발굴하는 대신 학계, 정부 출연연구소 등에서 외부 도입해 개발에 집중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빠른 사업화가 가능하다”며 “보통 신약 연구에서 개발까지 약 1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NRDO 방식으로 후보물질만 외부에서 도입해도 수익창출까지 걸리는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업모델 수행이 가능한 건 신약개발 노하우를 가진 연구진을 갖추고 있기 때문. 25명의 연구 개발진 중 의사 3명을 포함해 절반 이상이 박사 출신일 만큼 브릿지바이오의 연구팀은 높은 개발 역량과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표는 “후보물질을 도입하는데 있어 브릿지바이오 개발진은 기본적으로 과제 자체에 대해 위험 요소 없이 잘 개발될 수 있을지 안전성 및 유효성 데이터들을 살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의 주요 포트폴리오로 선택될 차세대 제품의 가능성에 주목하여 시장의 요구를 한 발 앞서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실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도입 과제 3개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설립 4년 만인 2019년에는 당시 사상 최대였던 1조5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을 성사시키며 코스닥에 상장했다.
BBT-877은 레고켐바이오에 의해 개발된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오토택신 저해 기전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지난해 베링거와의 계약이 종결되었으나, 자체 실험 및 FDA와의 협의를 통해 과제의 가치가 유지됨을 확인하고 내년 임상 2상 진입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임종진 브릿지바이오 전략총괄 부사장은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11억유로(1조5000억원) 규모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BBT-877)의 전 세계 독점실시권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며 “지난해 ‘잠재적 독성 우려’를 이유로 기술반환 됐지만 자체 실험을 통해 위양성(False positive)인 것을 확인했다. 미국 FDA와 자체 2상 진행을 위한 논의를 위해 추가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2018년 대웅제약과 총 4000만달러 규모로 기술이전한 'BBT-401'은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 BBT-401은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펠리노-1 단백질을 저해하는 세계 최초 및 유일한 펠리노-1 저해제로 경구용으로 개발 중이다.
BBT-401은 다른 부위에는 작용하지 않고 궤양성 대장염의 주요 환부인 위장관에서만 약물이 체류하며 선택적으로 약효를 보이도록 설계됐다. 이에 따라 전신에 영향을 주는 생물학적 제제와 달리 전신 면역반응 억제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임 부사장은 “BBT-401은 당사 파이프라인 중 임상단계가 가장 앞서 있다. 현재 미국, 한국, 동유럽 등 5개국에서 임상 2a상을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2a상에 대한 중간결과 발표는 내년 상반기에 예정돼 있다. 2a상은 내년 중 마무리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비소세포성폐암 치료제 후보물질로 개발 중인 'BBT-176'은 타그리소, 렉라자 등 3세대 표적치료제 사용 후 발생하는 내성 돌연변이를 표적 치료하는 4세대 표적치료제다. BBT-176은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계획을 승인받아 국내에서 먼저 환자 대상 임상 1/2상이 진행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외부 도입 후보물질 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자체 연구를 통한 후보물질 발굴도 한다. 임 부사장은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도입한 BBT-176을 4세대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로 개발하던 중,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로 사용이 확대됨에 따라 이중 돌연변이에 대한 치료제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해 BBT-207을 자체 발굴하게 됐다”며 “다변화하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 상황에서 BBT-176과 BBT-207을 통해 시장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산업은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주요 투자요인이다. 그렇다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말로만 기다려달라. 희망고문’ 하지는 않겠다는 게 브릿지바이오의 방침.
이 대표는 “내년에는 현재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3가지 파이프라인의 주요 결과에 대해 잇따라 발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2025년까지 개발과제를 7개까지 확대하겠다. 말이 아닌 성과로 보여주는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