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친구의 스토킹에 시달리던 신변보호 대상자 피살 사건의 충격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서울 송파구에서 신변보호를 받던 20대 여성의 어머니가 목숨을 잃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경찰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경찰에 대한 비난여론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현행 법제도상 경찰이 할 수 있는 조치가 별로 없다는 항변도 만만치 않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1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법제도로는 경찰이 사건 발생 초기에 조치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정말 제한돼 있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스토킹 가해자가 접근금지 등 경찰의 긴급응급 조치에 불응하더라도 과태료 처분이 고작이고, 유치장·구치소에 입감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각 분리할 수 있는 잠정조치는 경찰 신청 이후 법원 결정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경찰이 범행 4일 전 ‘감금·성폭행 피해’ 진술을 받고도 체포나 입건을 바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도 현장에서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가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경찰관은 “임의동행에 순순히 응하는데,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무리하게 긴급체포를 했다가 되레 불법 체포로 몰릴 수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뿐만 아니라 민·형사상 소송 걱정 없이 적극적으로 경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직무 중 발생하는 형사책임을 감면해주는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턱을 가까스로 넘었으나 공권력 과잉 행사, 인권침해 등에 대한 우려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경직법을 손질하자는 주장은 예전부터 있었다. 19대 국회에서도 2019년 ‘암사동 흉기난동 사건’을 계기로 테이저건 등 경찰장구 사용 요건을 범인 체포·도주방지로 완화하자는 개정안(원유철 전 의원), 피신고자 위험성 파악을 위해 정신질환 관련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자는 개정안(김한정·윤재옥 의원) 등이 발의됐으나 국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경찰은 물리력 사용이 어렵다고 호소하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물리력 남용과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매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되는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진정사건 중 교정시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게 경찰이다. 올해의 경우, 10월 말까지 1000건의 진정 접수가 쇄도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19년 1318건에서 2020년 1188건으로 주춤했으나,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경찰의 폭행, 가혹행위, 과도한 장구 사용 관련 진정은 2019년 185건에서 2020년 228건으로 늘어났다.
국민 안전과 공권력 남용 방지, 모두 중요한 가치다. 결국 경찰이 달라졌다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않으면, 경찰의 현장 대응력 강화 과제는 추진력을 잃고 공염불에 끝날 수 있다. 경찰은 올해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조사에서 최하위 성적을 받았다. 뼈를 깎는 자성과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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