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내각제가 여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권력구조로 꼽힌다. 대통령의 임기는 헌법으로 규정되지만 내각제에서 총리의 임기는 그렇지 않아서 선거를 통해 비교적 어렵지 않게 정권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새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대통령제하에서도 정당들이 여론에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여권이 잘 보여주지 못했던 시장친화적인 제스처들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면서 ‘선거가 참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움찔하지도 않을 것 같았던 존재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갑자기 인정하기도 하고, 반성도 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렇다고 한들 ‘여론이 그들의 뜻대로 움직일 것인가’ 하는 점은 의문이다. 정당이나 정치인, 정권의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형성되거나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다. 오랫동안 서서히 축적돼 형성되는 것이 바로 정치적 이미지이기에 이를 바꾸는 데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짧은 시간 변화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민심이 그대로 따라줄지는 미지수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이런 노력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들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줄 수는 있다. 문제는 아무리 절박함을 보여주더라도 민심이 호응하지 않을 경우 생긴다. 이런 현상은 민심이 정권의 실책에 대해 분노하고 있을 때 나타난다. 현재 민심이 정권의 실책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권교체론이 정권재창출론을 어느 정도 압도하고 있는가를 통해 대충 추론할 수는 있을 것 같다.
17대 대선을 4개월여 앞뒀던 2007년 7월 21일에 발표된 TNS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교체론이 정권재창출론보다 10.9%포인트(p) 높았다. 보수 측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던 18대 대선을 3개월여 앞둔 2012년 8월 29일 발표된 리서치뷰의 여론조사에선 정권교체론이 정권재창출론보다 5.4%포인트 높았다. 그런데 2021년 12월 첫째 주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11월 30일~12월 2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정권교체론은 53%인 반면, 정권재창출론은 36%에 불과해 격차가 17%포인트에 달했다.
역대 대선과 비교할 때 현재만큼 정권교체론이 정권재창출론을 압도하는 때는 흔하지 않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추론해보면 이번 대선은 현 여권에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고, 또한 이미지 변화 노력도 민심의 호응을 쉽사리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야당의 현재까지의 전략은 이른바 ‘반문(反文) 빅플레이트’ 형성을 통한 정권심판론의 강조인 것 같다. 반문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켜 정권심판론으로 이번 대선을 이끈다는 전략인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5차 대유행이다. 코로나 대유행과 관련한 가장 큰 문제는 지금의 유행이 일반 국민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 체계는 한계에 다다랐고, 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는 나날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국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야당이 정권심판론만 주장한다면 여론의 반감을 사기 십상이다. 현재 한계에 다다른 의료 체계에 숨통을 틔우고, 치명률을 낮출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시급히 제시해야만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현재 상황은 여권을 궁지에 모는 것은 물론 야당마저도 어려운 상황에 내몰고 있음은 확실하다. 결국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코로나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yul@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