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면적이 전라도와 엇비슷한 작은 나라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래 전쟁위협이 상존해온 나라다. 국경을 맞댄 아랍국가들과의 오랜 분쟁을 겪어온 이스라엘로서는 국방과 안보가 최우선 국가과제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전쟁과 테러 위협이 사이버공간으로 확대되자 이스라엘은 정보전·사이버전 대응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시작했다. AI의 국방 적용에서도 이스라엘은 앞서나간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은 전장을 누비는 탱크나 로봇들에 적용할 정찰 AI ‘아테나’를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내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AI의 국방 적용을 둘러싼 세계 주요국의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미래에는 전쟁과 테러도 인간이 아닌 AI나 로봇이 주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 영역에서부터 국방 영역에 이르기까지 AI가 21세기 게임체인저가 될 것임은 자명한 상황이다. 우리 국방 분야에서도 AI의 활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나 아직 그 속도는 그리 빠르지 못하다.
점차 다양한 국방 무기가 전자제어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고, 무기 이외의 여러 자원이 이미 정보통신기술로 관리되고 있다. 무기나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면 AI에 대한 이해도가 필수적이다. 개발된 AI기술을 전장에 적용하는 것과 전장에서의 명확한 개선 요구 사항을 AI기술 개발 과정에 반영하는 것 모두 AI를 모르고서는 적절히 동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우리 군 내에는 AI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비단 국방 분야만의 문제는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IT기업뿐 아니라 일반기업에서의 AI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민·관 협력 기반의 SW인재 양성대책’에서도 향후 5년간 SW 분야에 약 3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우리가 국방 분야에서 AI인력을 양성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는 미래 국방력 제고를 위해서이며, 두 번째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전역 예정 장병들에게 AI교육을 시행한다면 민간의 인력 부족 현상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방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 장병의 AI역량 강화를 위한 인재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2022년부터 5년간 1000명의 군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병사 대상 맞춤형 온라인교육을 통해 5만명의 산업 예비인력을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세부 계획을 조율해 나가고 있다.
전 장병을 대상으로 AI 소양교육을 의무화하는 한편, AI대학원과 SW중심대학 등 정부의 인재 양성사업과 연계해 군 내 전문가 양성을 위한 특화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제대로 교육받은 전역 장병들이 사회로 나가 관련 분야에서 AI교육 경험을 잘 살린다면 민간의 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할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군 복무기간이 학업과 경력 단절이 아닌 ‘내 인생의 새로운 AI 경험을 통해 미래 취·창업 역량을 높이는 금쪽 같은 시간’으로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AI와 드론, 로봇 등이 전장을 누비게 될 시대에 군의 디지털 혁신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우리 군의 AI 인재 양성은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담보할 필수조건이다. 전 장병의 AI역량 강화교육을 통해 우리나라도 징병제도를 슬기롭게 활용하는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