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연, 500㎛ 크기에 세 방향 자기장 동시 측정
- 누르고 미는 힘까지 감지, 로봇손·웨어러블 활용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사람의 손처럼 섬세하게 움직이고 물체를 정교하게 잡는 로봇 구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내 연구진이 가로·세로 5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센서 하나로 세 방향의 자기장을 측정하고, 로봇 손끝에 가해지는 힘까지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한국기계연구원은 AI로봇연구소 바이오기계연구실 오선종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초상자성 나노입자를 활용해 x·y·z 세 방향의 자기장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초소형 3축 자기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로봇 관절이나 손가락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제어하려면 좁은 공간에서도 위치와 움직임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센서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 평면형 자기센서는 좌우와 앞뒤 방향의 자기장은 측정할 수 있지만 센서 표면에 수직으로 들어오는 자기장을 감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자기장의 방향을 바꿔주는 ‘플럭스 가이드(Flux Guide)’에서 해법을 찾았다. 초상자성 나노입자를 잉크젯 프린팅 방식으로 평면 홀 자기저항(PHMR) 소자 위에 인쇄했다. 수직으로 들어오는 자기장을 플럭스 가이드가 센서에서 측정할 수 있는 평면 방향으로 바꿔주는 원리다.
기존 플럭스 가이드에는 주로 니켈이나 퍼멀로이 등 강자성 소재가 사용됐다. 문제는 외부 자기장이 사라져도 자성이 남는 ‘자기 이력’ 현상이다. 이를 없애기 위해 별도의 리셋 회로가 필요하고 전기도금이나 정밀가공 등 복잡한 제작 과정도 거쳐야 했다.
연구팀이 사용한 초상자성 나노입자는 외부 자기장이 사라지면 자성도 함께 없어진다. 별도의 리셋 회로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다.
나노입자가 굳는 과정에서 외부 자기장을 가해 입자를 수직 방향으로 정렬시켰다. 이를 통해 z축 자기장 감도를 기존 대비 약 3배 높였다. 수직 자기장을 측정 가능한 방향으로 바꾸는 변환 효율도 최대 40%를 기록했다.
센서 크기는 500㎛×500㎛에 불과하다. 4개의 감지소자를 동시에 작동시켜도 소비전력은 16mW 수준이다. 작은 로봇 관절이나 손가락, 웨어러블 기기처럼 공간과 전력에 제약이 있는 장치에 적용하기 유리하다.
특히 연구팀은 이 센서를 로봇의 ‘촉각’으로도 확장했다. 센서 위에 영구자석이 들어 있는 탄성체를 결합해 물체를 누르는 힘과 옆으로 미는 힘까지 측정하는 다축 촉각센서를 구현했다. 하나의 센서 플랫폼으로 로봇 관절과 손의 움직임뿐 아니라 물체와 접촉할 때 발생하는 힘까지 읽어낼 수 있는 셈이다.
향후 로봇손과 소프트로봇을 비롯해 웨어러블 기기,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의료기기 등 정밀한 움직임과 힘을 측정해야 하는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선종 책임연구원은 “초상자성 나노입자를 활용해 기존 3축 자기센서의 자기 이력 문제를 해결하고 간단한 프린팅 공정으로 초소형·저전력 센서를 구현했다”며 “작고 정밀한 센서가 필요한 로봇과 웨어러블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기계연과 DGIST 김철기 교수 연구팀이 공동 수행했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돼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