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계절이 오면 우리는 늘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을 듣게 된다. 한국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건 기초과학과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분자생물학자 전주홍 서울대의대 교수가 쓴 ‘과학하는 마음’(바다출판사)을 보면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보인다.
저자에 따르면 ‘과학은 자연 현상에 대한 경험적 지식 체계다’. 즉 지식을 쌓아야 하고 그 위에서 끊임없이 가설을 만들고 실험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해석해야 한다. 강의실에서처럼 수동적으로 지식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과학한다는 것은 지식을 알아가고 만들어가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역동적인 행위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실험실을 선택하는 걸 어려워한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전 교수는 책에서 좋은 가설의 조건은 무엇인지, 최초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법, 발견의 법칙 등 과학자들에게 요구되는 태도와 자질, 과학적 발견이 생산되는 과정을 차근차근 들려준다.
저자는 과학학술지에 실린 논문의 과학자들의 경우, 선행 연구를 검토하는 능력이 남다르다며, “기존 연구의 문제점을 기막히게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획기적인 가설을 논리적이고 명료하게 도출해 낸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하면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가설이 증명되고 만다는 것이다.
희미한 아이디어로부터 실험적으로 입증 가능한 가설을 도출하려면 전문적 지식의 습득과 논리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는 인문학적 사고와 통찰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최초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기는 걸까? 저자는 논문을 검토하거나 실험에 몰두할 때 문득 찾아오기도 하지만 가벼운 대화나 토론을 하다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며,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여기에 하나 더 글쓰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글로 생각을 표현하려면 고민의 과정이 필요한데, 이런 와중에 아이디어가 제대로 다듬어지거나 새로운 게 떠오르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최초 목격에서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잘 형성하는 ‘과학적 감수성’을 강조한 것도 독특하다.
책은 과학의 발견이 어떤 맥락에서 일어나는지, 과학자에게 필요한 태도는 무엇인지 과학의 속사정을 자세하게 들려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과학하는 마음/전주홍 지음/바다출판사
mee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