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나가사키의 종(나가이 다카시 지음, 박정임 옮김,페이퍼로드)=나가사키 피폭 당사자인 방사선과 의사 다카시의 전후 최초의 원폭 보고서. 나가사키 상공에서 원자폭탄이 터진 1945년 8월9일 오전11시2분, 바로 그 시각에 벌어진 참화를 생상하게 담아냈다. 아름다운 개항도시였던 나가사키는 원폭으로 순식간에 지옥으로 바뀐다. 강의를 준비하던 나가이는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몸이 날아가며 유리창 파편에 난타당한 뒤 건물 더미에 묻힌다.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오지만 밖은 ‘핏물이 강을 이루는’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피폭과 동맥 손상으로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도 그는 살아남은 간호사와 교수들과 함께 구조작업에 나선다. 손수건 한 장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불길과 연기가 소용돌이치는 실내로 뛰어들어가 부상자를 구출하는 일이 이어졌다. 방사능과 열, 바람은 모든 걸 잿더미로 만들었고, 한밤중이 돼서도 방사능 구름은 불길한 빛을 발산하며 떠다녔다. 저자는 8월17일까지 참상의 현장을 세세히 기록하면서 전공의로서 원자병에 대한 상세한 기록도 남겼다. 피폭후유증으로 시한부 투쟁을 하며 1평 남짓 함석가옥에서 원폭이 인체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세세히 연구, 보고했다. 평범한 의사였던 그는 원폭을 경험하면서 반전주의자로 바뀐다. 일본의 탐욕을 비판하고 군사재무장을 경고하는 등 여전히 울림이 있다. 나가사키의 종은 원폭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1945년 그 해 크리스마스에 잿더미가 된 우라카미 언덕의 잔해 속에서 발견한 성당의 종으로, 평화와 기도의 상징이다.
▶CEO 출신 코치들의 경영자 코칭(김대희 외 지음,클라우드나인)=윤동준 전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 등 최고경영자(CEO) 출신 코치 다섯 명이 후배 경영자들에게 전하는 경영 조언을 담았다. 임원과 경영자의 코칭은 다르다. 더 많이 성찰하고, 회사의 명운을 가르는 중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따라서 경영자는 코치라는 생각 파트너와 각종 사안에 대해 논의하며 경영을 풀어나가야 한다. 실제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구글의 에릭 슈미트는 코치 빌 캠벨과 매주 산책하며 현안을 논의한 겻으로 알려졌다. 아직 국내 기업에는 코치 문화가 활성화돼 있지 않다. 최고경영자 대부분 ‘내가 이 분야 최고인데 누가 나를 코칭한다는 말이냐’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책은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 환경 변화에 걸맞은 전략 변화는 물론이고 조직구조를 보다 수평적으로 바꾸고 구성원 모두가 팔로어인 동시에 리더가 되도록 육성해야 한다고 전한다. 특히 민첩한 조직이 되기 위해선 소규모의 애자일(Agile) 조직과 분산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두 CEO의 역할이다. 책에는 윤 대표를 포함해 김대희 전 삼성 멀티캠퍼스 대표, 김병헌 전 KB손해보험 대표, 박명길 전 포스메이트 대표, 조남성 전 삼성SDI 대표 등 CEO 출신 인사 5명이 참여, 경험과 노하우를 전한다. 책은 총 3부 7장으로 구성됐다. 자기성찰, 자기관리, 리더십, 조직문화, 인재육성, 전략과 실행, 혁신과 창조 등 경영을 위해 꼭 알아야 할 내용이 핵심이다.
▶일광유년(옌렌커 지음, 김태성 옮김, 자음과모음)=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이자 ‘금서작가’로 유명한 옌렌커가 4년에 걸쳐 완성한 그의 평생 글쓰기 작업에 큰 전환점이 된 작품. 옌렌커는 요추 부상과 경추 질환으로 소설의 전반부는 침대에 엎드려 썼고, 후반부는 특수 제작한 글쓰기용 선반에서 완성했다. 고난서사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문명과는 외떨어진 마을을 배경으로 3대에 걸친 참혹한 세월을 그려낸다. 바러우산맥의 깊은 골짜기에 위치한 산싱촌은 란씨, 두씨, 쓰마씨 등 세 성을 가진 주민들로만 구성된 마을. 이들은 대부분 목구멍이 막히는 병에 걸려 마흔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밀알이 싹틀 무렵, 목이 아프면서 시작된 병은 이내 마을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마흔살을 넘긴 사람은 수십 년 전, 촌장 두과이즈가 유일하다. 죽음은 해가 떠서 지는 것처럼 당연한 거였다. 이 때문에 온 마을 사람들은 이 병을 극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데, 특히 쓰마란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처절한 일대기가 그려진다. 쓰마란은 서른아홉살이 되자 남은 형제 둘과 함께 묻힐 자리를 찾는다. 조상대대로 그리고 십대에 이미 죽은 형 셋의 무덤 끝자리에 형제들은 자신의 묘 자리를 파려하지만 남은 땅이 모자라 난감하다. 곧 죽을 형의 생명을 조금이라도 늘려주려 동생들은 피부를 팔러 나간다. 그러나 세무국장에게 걸려 피부만 제공하고 돈 한푼 받아오지 못하고 만다. 그런가하면 쓰마란의 손위 처남인 두바이는 ‘황제내경’을 탐독, 익수탕을 만들어 15년째 복용하고 있지만 효과에 의심을 갖게 된다. 소설은 도처에 만연한 죽음을 생동적인 삶의 표정 속에서 수다스럽지 않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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