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하룻밤 미술관]
미술 입문자가 쉽게 읽을수 있는 책
고갱·고흐 등 예술이야기 19개 담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미술 문외한인 기자지만 미술 컬렉터들을 만날 기회를 종종 갖습니다.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예술에 대한 조예'가 되곤 합니다. "어쩌다 컬렉터가 됐는지", "예술 컬렉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곤 합니다.
나오는 대답은 큰 맥락에선 항상 똑같습니다.
"우선 미술품을 하나 사 봐라. 그러면 그 즐거움이 뭔지를 알게 된다." "미술관을 한번 찾아가봐라. 그리 어렵지 않다. 우선 그림의 재미를 아는 게 필요하다."
미술애호가인 이들은 그마다 고유한 철학을 갖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미술감상의 재미조차 잘 모르는 기자에겐 설명하기 쉽지 않은 내용일 겁니다.
이원율 작가가 쓴 '하룻밤 미술관(다산북스)'은 입문자가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게 하는 책입니다. 저자도 책 서문에서 "이 책이 당신에게 생애 첫 미술책으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쉽게 글을 써야하는 기자이자 복잡한 이론과는 서먹한 미술 비전공자"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미린이(미술+어린이, 미술입문자)'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미술을 제대로 알고 싶은 욕심이 생기도록' 책을 썼다고 합니다.
비결은 '스토리'입니다. 책은 '미술안내서'보단 '우화집' 같은 구성을 띱니다. 예술가의 삶과 일화를 통해서 작품을 이야기하는 방식입니다. 예술 초심자의 진입장벽을 높이곤 하는 '어려운' 미술사조나 화풍은 가급적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힌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 미술에 문외한인 독자도 책을 통해 미술을 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전래동화나 아라비안나이트 천일야화, 안데르센 동화집을 읽는 듯한 즐거움도 있습니다.
그림에 얽힌 예술가의 삶은 책의 뼈대를 구성합니다. 하룻밤 미술관에서 '스스로 눈을 찔렀다'는 조선후기 화가 최북의 작품은 작가의 예명이 나온 배경, 작가의 실제 삶을 통해 풀이됩니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피사체가 누구인가' 그 흔적을 찾는 데서 시작합니다.
'고갱이 그림에 손대지 않았다면(폴 고갱)?', '반 고흐가 권총자살을 계획했다고?(빈센트 반 고흐)', '파리 몽마르트 언덕에 얽힌 예술가들의 삶(모리스 위트릴로)'.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 야화'는 책 구성에 탄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제 마음까지 꿰뚫어 보셨군요…(하룻밤 미술관, 앳된 이소녀를 찾아주세요 中)"
우리에겐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명대사로 유명한 구절입니다. 피터 웨버 감독의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에서 하녀 그리트 역을 맡은 스칼렛 요한슨이 페르메이르 역을 맡은 콜린 퍼스에게 하는 말이죠. 애잔한 눈빛이 담긴 자신의 초상화 사진을 보고서 그리트가 페르메이르에게 한 말이기도 합니다.
하룻밤 미술관 저자 이원율이 독자에게 남기는 말인 것 같기도 합니다.
예술 작품은 이야기 그 자체입니다. 작품 하나하나에는 작가의 삶과 감정이 투영됩니다. 고갱이 자신의 유언을 그림으로 남긴 것도 같은 이유에서 였을 겁니다. 미술애호가들이 대가가 남긴 작품집을 통해서, 그 사람의 인생을 유추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겠죠.
미술을 감상한다는 것은 박물관·미술관에 전시되 있는 것을 보는 것, 혹은 두꺼운 미술책 속 사조를 공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작가의 삶을 읽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룻밤 미술관 / 285 페이지 / 19장 구성 / 이원율 지음 / 다산북스 (브런치북 8회 대상 수상작)
zzz@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