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며 전략물자에 대한 포괄허가를 개별허가로 전환하는 ‘수출규제’를 실시한 지 2년이 지났다. 일본의 조치는 글로벌 공급 생태계를 무시하고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지배한 것이었다. 우리 정부는 즉시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소재·부품·장비기업의 기술 자립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연구계와 학계가 소부장 기업의 수요공급 협력기반 조성에 도움이 되도록 3N(국가연구실, 국가연구시설, 국가연구협의체)을 지정하는 등 다채로운 정책을 내놓았다. 그렇게 지난 2년간 민관이 힘을 모은 결과가 이제 하나 둘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기술 자립이라는 탐스러운 열매를 넘어 세계 시장에 도전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소부장 기계기술의 컨트롤타워로써 4개의 연구실이 핵심 분야의 신속한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연구실로 지정됐다.

필자가 소속된 신뢰성평가연구실은 기계류, 메카트로닉스부품·장비 신뢰성평가 국가연구시설로써 국산화가 시급한 제품부터 세계 일류 제품의 개발과 실증까지 신뢰성평가가 필요한 다양한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기계 소재·부품·장비 국가연구협의체를 조직하고 핵심 제조장비와 부품의 전주기 기술지원을 위한 산학연 연구역량 결집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신뢰성 평가는 국내 소부장기업의 역량 강화의 단초다. 신뢰성이 바탕이 될 때 우리 기업에 대한 불신을 없애고 상생을 위한 믿음을 더욱 깊이 뿌리내릴 수 있다. 보호무역의 기조 속에 기술 독립을 위한 수요공급협력기반 협력 체제도 구축할 수 있다.

최근 기계연은 기계분야 핵심 전략품목인 로봇용 감속기·서보모터, CNC, 고경도 절삭공구, 능동형마그네틱 베어링, 볼·롤러 베어링 및 터보식 펌프에 대한 26종의 소부장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 이는 국산화가 시급한 제품의 신뢰성 기반 품질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명품화에 기여할 것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맞아 소부장 기계기술 분야도 언택트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의 화두가 접목되고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온 변화의 물결 속에 양질의 연구개발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첫 단계로 ‘미래형 수송기기 부품·제조 가상공학 플랫폼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KIMM 사이버 랩’을 개발했다. KIMM 사이버 랩은 성능 검증부터 공정 및 생산성 예측, 시스템 최적화 플랫폼 기반 구축, 관련 인력 교육까지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프로빙 그라운드 구현을 목표로 한다. 생산자는 자신의 제품을 실제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환경과 시나리오에서 검증해볼 수 있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설계·양산·실증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오아시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런 기술을 중소·중견기업에 무상 지원함으로써 소부장 기계기술 분야의 비대면 기술지원 기반은 더욱 단단해지고, 디지털 전환의 문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연구계와 산업계의 땀으로 일궈낸 소부장 정책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성공적으로 뿌리내려 훗날 대한민국 부국강병을 위한 21세기의 혜안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해본다.

박종원 한국기계연구원 신뢰성평가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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