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지난해 말 프리랜서 프로그래머 김모(27) 씨는 중국의 30대 중반 조선족 프로그래머 이모 씨로부터 은밀한 제의를 받았다.

우리나라 온라인 결제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아서 알려주면 일정 대가를 주겠다는 것이다. 김 씨는 제의를 받아들였고 결제시스템 분석에 들어갔다.

국내 온라인 결제 시스템은 신용카드사 등 결제기관과 인터넷 가맹점 사이에 결제ㆍ지불 기능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결제 대행사가 끼어 있는 형태다.

김 씨는 결제 대행사가 온라인 결제 취소 요청을 받았을 때 취소 요청을 하는 가맹점이 당초 결제가 이뤄진 가맹점과 동일한 곳인지 제대로 확인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결제 업무가 대행사를 통해 이뤄지고 결제와 관련된 내용도 숫자로 이뤄진 코드에 불과하다. 이에 엉뚱한 가맹점에서 취소 신청을 해도 대행사나 가맹점은 즉각 알 수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이런 취약점을 이 씨에게 알렸고 이 씨는 올해 1∼3월 모 게임 아이템 사이트에서 10만원짜리 온라인 문화상품권을 내고 사이버 머니를 충전했다가 현금화해 빼낸 후 모 어학원 사이트를 통해 결제를 취소하는 방법으로 840여회에 걸쳐 약 7000만원을 빼돌렸다.

결제 대행사는 어학원 사이트에서 발생한 결제가 취소된 줄로만 알고 있었지만 어학원에서는 애초 결제가 이뤄진 적이 없었으니 결국 모든 손실은 대행사에 돌아갔다.

어학원 사이트를 통해 결제를 취소할 때마다 10만원짜리 상품권은 되살아났고, 이 씨는 똑같은 방법으로 범행을 되풀이했다.

결국 10만원짜리 온라인 문화상품권으로 결제했다 취소하기를 되풀이해 7000만원을 만든 셈이다. 김 씨는 이런 수법을 이 씨에게 알려준 대가로 범죄 수익의 10%인 7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김 씨를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중국에 있는 30대 중반의 이씨의 소재를 쫓고 있다고 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온라인 결제상 취약점을 결제 대행사에 통보해 온라인 결제상 취약점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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