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청소년 성소수자 탈가정…’ 보고회

10명 중 6명, 극단적 선택·자해 충동 겪어

“가족들이 성소수자에 욕설…성정체성 말 못해”

“경찰에 폭력 신고했더니 ‘나도 아빠한테 맞아봐’”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이 지난 26일 유튜브를 통해 ‘청소년 성소수자의 탈가정 고민과 경험 기초조사 결과 보고회’를 열었다. 보고회 안내문. [띵동 홈페이지 캡처]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이 지난 26일 유튜브를 통해 ‘청소년 성소수자의 탈가정 고민과 경험 기초조사 결과 보고회’를 열었다. 보고회 안내문. [띵동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1. “가족들이 미친 X들이라고 하면서 저런 애들(성소수자)이 다 죽어버려야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그걸 듣고 충격이 컸죠. 일단 무조건 (성 정체성을)숨겼죠. 그건 생존 본능이라고 생각해요.”(청소년 성소수자 A군)

#2. “굿을 통해서 내 정체성이 치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왜냐하면 정체성 때문에 내가 사는 게 많이 힘든 것도 사실이고, 내 정체성이 나한테 악영향만 끼친다고 생각될 때가 많았으니까. 그래도 그게 그렇게 바뀌진 않더라고요.”(청소년 성소수자 B양)

대부분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가족들에게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쉽사리 털어놓지 못하고 있고ㅡ 10명 중 6명 이상은 극단적 선택과 자해 위기를 겪었다고 조사됐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은 지난 26일 유튜브를 통해 ‘청소년 성소수자의 탈가정 고민과 경험 기초조사 결과 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고 27일 밝혔다.

띵동은 2020년 7월 10대 때 탈가정 경험이 있는 만 24세 이하 청소년 성소수자와 탈가정을 고민하거나 계획한 10대 청소수자 총 325명을 조사, 이 중 153건의 응답을 분석했다. 전체 응답자 중 약 41.8%만 성정체성을 부모에게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띵동은 “가족은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먼저 알리고 싶은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커밍아웃을 하기 가장 어려운 대상이라는 모순적인 갈등을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청소년 성소수자 절반 이상이 아우팅 위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아우팅 위기를 경험한 이들은 53.6%, 성소수자 혐오 표현을 겪은 응답자는 64.7%에 달했다.

응답자의 66.7%는 정서적·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했고, 극단적 선택 또는 자해 시도·충동 위기를 경험한 이들은 60.8%, 트랜지션·젠더 디스포리아(성별 불일치)에 대한 고민은 전체 29.4%가 경험했다.

가족 내 갈등은 응답자 절반에 이르는 49.7%가 겪었으며 가족 내 폭력 사례도 16.3%나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 중 신체적·정신적 폭력, '전환치료' 시도, 부모의 방임과 무관심, 성폭력 중 최소 1개 이상에 응답한 비율은 전체 74.7%(99명)으로 탈가정 경험이 있는 응답자 사이에서는 85.5%(53명)으로 그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띵동은 “가정폭력을 경험한 응답자 중 경찰 또는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거의 대부분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가정폭력을 겪은 응답자 중 신고 기관이 ‘거의 도움이 되지 않다’거나 ‘전혀 도움이 안 되었다’는 응답은 94.4%로 17명에 달했다.

경찰에 가정폭력을 신고한 성소수자 청소년 C씨는 “부모님 입장을 듣고 오신 경찰분이 저에게 ‘부모님이 속상해하고 있다’고 계속 표현을 하면서 ‘나도 아빠한테 공부 못해서 맞아 봤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나의 폭력을 되게 가볍게 보는 것 같았고, 기분이 굉장히 안 좋았다”고 말했다.

띵동은 “가정 폭력 등의 이유로 탈가정 청소년들이 성정체성을 존중받을 수 있으면서 지낼 수 있는 대안적인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