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범죄 수사, 일선지검 형사부 끝 순번이 하도록
‘김학의 불법 출금’ 등 권력수사 재배당 가능성도
직접 수사 개시 전 법무부 장관 승인 항목 삭제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법무부가 검찰 직제개편안을 발표하며 논란이 됐던 직접 수사시 장관 승인 요건을 제외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 발 물러선 모양새이지만, 월성 원전 사건이나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등 여권을 겨냥한 사건을 재배당할 경우 또 한차례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장관은 21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직제개편안은 오랫동안 다각도의 숙고 끝에 이상과 현실을 나름대로 잘 조화시킨 안”이라며 “그 동안 일선 검찰의 의견과 대검 부장회의를 통한 의견, 검찰총장님의 의견까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반부패부가 없는 일선 검찰청은 형사부 중 가장 마지막 순번인 형사부 1곳이 검찰총장의 승인 아래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주요 범죄 등이다. 기존 법무부가 마련했던 초안엔 직접수사 착수시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에선 삭제됐다.
개정안대로라면, 최종 확정된 개정안의 시행 시기에 따라 현재 진행중인 ‘권력 수사’ 사건들의 재배당이 이뤄질 가능성도 생긴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가 수사 중인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사건이 수원지검 형사부 중 가장 마지막 순번인 형사 6부로 다시 배당되는 식이다. 이 경우 수사 동력 유지를 위해 기존 형사 3부 인력을 6부로 이동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반면 월성 원전 비리 사건을 수사중인 대전지검 형사 5부(부장 이상현)는 형사 4부로 이름이 바뀌지만, 여전히 형사부 중 가장 끝번호로 수사를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수사를 담당한 이상현 부장검사의 경우, 필수 보직기간인 1년을 채운 상태로 다음 인사에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수원지검과 대전지검 등의 수사팀 교체에 관한 질문엔 “내용을 아직 밝힐 시점은 아니다”며 답을 피했다. 대전지검은 지난 달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 핵심인물을 기소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했지만, 아직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다.
또 직제개편안엔 검찰총장이 수사 여건과 사건 성격 등을 감안해 사건을 다른 기관에 이첩하도록 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담겼다. 이에 향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의 사건 이첩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청시 검찰총장 승인 없이는 응하지 않도록 하는 대검 예규에 대해 “상위법령(공수처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직제개편안이 통과되면 고소가 들어온 5억원 이상 규모의 경제 범죄는 마지막 순번 부서가 아닌 형사부가 수사한다. 그 외 공정위 등에서 수사 의뢰가 들어오거나 검찰이 인지한 경제범죄는 총장 승인 하에 형사부 중 끝 순번이 수사하게 된다.
아울러 이번 직제 개편안엔 앞서 폐지됐던 부산지검의 반부패·강력수사부를 신설하는 내용도 담겼다. ‘검찰 부패대응역량 유지를 위해 부산지검 반부패수사부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대검의 입장이 반영된 셈이다. 박 장관이 필요성을 강조한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은 정식 직제가 아니라 이번 개정안엔 담기지 않았지만, 향후 세부 사무분장 과정에서 서울남부지검에 신설될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