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친구가 저한테 관종이라고 놀리고 모래를 뿌렸어요.” 그러자 옆에 있는 듯한 친구가 “네가 먼저 놀렸잖아”라고 소리치며 아이들끼리 토닥토닥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들을 진정시키며 싸우게 된 배경과 서로 사과하고 용서할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처음엔 퉁명스럽게 “뭐 친구가 먼저 사과하면은요…”라며 서로 자존심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내 상담사인 나의 설득에 언제 그랬냐는 듯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괜찮아 나도 잘못했어”라고 말하며 다정히 화해한다. 이렇게 아이들의 사소한 다툼은 나의 중재로 끝이 나고, 나는 수화기 너머로 어깨동무를 하고 다정히 집에 들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서울 117센터에는 하루에도 100여건에 가까운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된다. 친구들과의 사소한 다툼부터 경찰관이 즉시 도움을 줘야 하는 중요한 사안까지 서로 다른 아이들에게서 다양한 내용으로 학교폭력 상담이 들어온다.
지난해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ㆍ중ㆍ고등학생의 95%가 ‘학교폭력신고=117’이라고 알고 있다.
“제 고민 좀 들어주세요. 아직 부모님께는 말 못했어요. 선생님께는 말하지 말아주세요”라며 은밀히 먼저 117에 도움을 청하는 것을 보면 아이들이 ‘엄마, 아빠, 선생님’ 보다 더 편하고 부담없어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전화를 걸어 피해사실을 표현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학생들의 21.6%는 여전히 자신의 피해를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는 게 현실이다.
특히 117학교폭력 신고 현황을 보면 피해자 본인 신고는 70%에 가깝지만 정작 친구나 목격자 신고는 5%도 채 되지 않는다.
우리사회의 과도한 경쟁이 ‘함께 가는 것’에 익숙치 않고,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만 하고 “나만 아니면 돼”, “내 아이만 아니면 된다, 참견하지마. 복잡해져”라고 말하며 모른 체 하는 태도가 학교폭력을 뿌리뽑지 못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문제는 학창시절 학교폭력 피해의 결과는 성인이 돼 군대 폭력이나 직장 왕따, 가정폭력이라는 연쇄 고리로 이어져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 현재 ‘나에게 나의 가족에게’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도할 수 없으며, 학교폭력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또 다른 형태로 나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지금 이 시점, 우리는 학교폭력에도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동안 ‘나 또는 내 아이’에게만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내 옆 짝꿍”, “나와 안친한 친구”, “우리 아이 친구”의 어려움도 같이 보듬고 함께 가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서울 경찰은 이런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바라면서 11월7일을 ‘친구 사랑! 117Day’로 지정,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캠페인을 시작한다.
나의 장난으로 내 친구가 상처 받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고 먼저 “괜찮아? 내가 도와줄게”, “미안해”라고 말하는 아름다운 그림을 우리 청소년들이 스스로 그릴 수 있는, 진정한 ‘친구사랑! 117Day’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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