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 넘는 채식 인구…비건은 10~20% 차지
재료·제조공정 등 엄격…채식이 곧 비건은 아냐
[헤럴드경제=박재석 기자]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관련 음식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음식들이 비건이라는 말을 직접 쓰지 않는다. 함께 나오는 다른 음식이 비건식이 아닐 수 있는 데다 제조 과정에서 동물성 재료가 쓰일 가능성도 있어서다.
14일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200만명으로 파악된다. 이 중 동물성 제품을 먹지 않는 비건 인구는 10~2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채식주의자까지는 아니어도 채식을 지향하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등 채식 선호 인구는 전체의 30%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채식, 비건 인구가 늘면서 식품업계는 관련 식품을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버거킹은 식물성 패티로 만든 플랜트 버거를 지난달 출시했다. 고기 대신 콩단백질을 주 원료로 만들었으며 콜레스테롤과 인공 향료 및 보존제가 없는 패티다. 또 투썸플레이스는 지난달 비욘드미트의 대체육을 넣은 식물성 대체육 샌드위치 비욘드미트 파니니 두 종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롯데리아는 지난해 2월 식물성 패티와 빵, 소스로 만든 미라클 버거를 출시했다. 출시 8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개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로 대체육 버거 라인을 넓혔다. 맥도날드는 비욘드미트와 손잡고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맥플랜드 버거를 시험 판매 중이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은 채식 혹은 식물성 등의 단어를 쓸 뿐인다. 비건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패티는 대체육을 사용했지만 소스나 빵을 비롯해 다른 재료에는 동물성 식재료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식재료 외에 제품을 조리, 가공하는 과정에서도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탓도 있다. 가령 동물성 패티를 다룬 조리도구로 식물성 패티를 다루면 해당 제품은 비건 제품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1월 미국에서는 비건 고객이 버거킹을 고소하는 사건이 있었다. 패티를 고기와 똑같은 그릴에서 구워 육류 부산물이 묻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비슷한 이유로 맥주에도 비건 맥주가 따로 있다. 동물성 재료는 들어가지 않지만, 침전물을 제거하는 양조 과정에서 부레풀이 쓰이기 때문이다. 부레풀은 물고기의 부레를 건조 가공해 만든다. 동물성 재료를 사용했다는 사실과 부레풀 침전물이 남아있을 가능성 때문에 맥주를 비건 식품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기네스는 지난 2015년 256년 만에 레시피를 바꾸고 부레풀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