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삼성 준법감시제도 그룹 총수가 무서워할 정도 아냐”

이재용 재수감 여부 촉각…재산국외도피 혐의, 준법감시위 변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9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30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의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9년을 구형했으며,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7년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5년 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준법감시위’ 경계한 특검, 최소 징역 5년 하한 밝혀

특검은 “본건은 국정농단 사건 재판의 대미를 장식하는 사건으로 화룡점정에 해당한다”며 “(법원이) 정의 실현의 최종 책임자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최고 경제 권력자의 부정부패인 본건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재판부가 양형사유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특검은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특검은 “삼성의 준법감시 제도는 삼성그룹 총수가 무서워할 정도가 아님은 부인키 어렵다”며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여부를 빌미로 양형구간을 이탈하는 것은 부당의 정도를 벗어나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법원조직법을 위반하는 위헌, 위법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권고 형량이 징역 5년에서 징역 16년 5월 사이라고 주장했다. 집행유예 선고는 징역 3년까지만 가능하다. 그동안 특검은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이유로 형량을 감경해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해왔다. 특검은 “1000만번 양보해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한다해도 감경요소로서의 진지한 반성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1심 징역 5년, 2심 집행유예… 이번 결과는

이번 판결에 따라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수감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양형이 너무 무겁거나 적다는 사유로 대법원에 상고하기 위해서는 징역 10년 이상 혹은 무기징역, 사형 등 중형인 경우라야 한다. 특검이 구형한 형량 범위에서는 법리가 잘못됐다는 사유는 별개로 형량을 대법원에서 다투지는 못한다.

그동안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성격은 결론이 계속 뒤집혔다. 1심 재판부는 삼성 승계작업을 돕기 위해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했고, 이 대가로 최서원 씨와 딸 정유라 씨에게 명마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지급했다고 판단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삼성 승계작업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것이고, 이 부회장에 청탁할 대상도 없었다는 게 항소심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최순실 씨 측에 지원했던 승마용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모두 뇌물로 결론냈다. 이 판단을 유지할 경우 형량은 늘어나는 게 불가피하다. 항소심 결론과 비교하면 뇌물공여액은 명마 구입비 34억원, 스포츠센터 지원금 16억을 더해 50억원이 더 늘어난다. 영재센터 지원금이 뇌물로 인정되면서 자연적으로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횡령 혐의액도 증가한다.

반면 삼성이 용역대금 명목으로 최씨가 세운 독일법인 ‘코어스포츠’에 36억원을 송금했다는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단이 내려진 점은 이 부회장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요소다. 뇌물공여죄는 재산국외도피보다 형량이 낮은 범죄다. 재산국외도피 범죄는 액수가 5억~50억원인 경우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이와 달리 뇌물공여혐의는 액수와 관계없이 5년 이하 징역 혹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측근 최서원 씨 측에 명마 세 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승마지원 용역대금 등 약 298억원의 뇌물을 건네고 이를 위해 삼성전자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17년 2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89억여원의 뇌물을 건넸다고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말 세 마리의 소유권이 최씨 측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뇌물공여액을 36억여원만 인정하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