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힌드라 벼랑끝... 지렛대는 '일자리'
산업은행, 철저한 '상호주의' 협상 필요
정치권 벌써부터 “산은 돈 더 넣으라”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쌍용자동차의 대주주 마힌드라가 지난 21일 오후 법원에 법인회생절차 신청서를 접수했다. 11년만에 다시 쌍용차가 법원에 의해 관리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진행된 사항을 종합해보면 마힌드라의 전격적인 회생 신청은 일종의 ‘벼랑 끝 전술’로 해석된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줄잡아 5000명이 넘는 쌍용차 노조원들을 거리로 내몰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마힌드라 벼랑끝 전술의 핵심 지렛대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산은의 추가 자금 투입’을 전망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진다.
25일 쌍용차 등에 따르면 쌍용차는 오는 지난 24일과 오는 28일 이틀간에 걸쳐 평택공장의 사실상 전 부문에 해당하는 86.54%에 대한 자동차 생산중단에 들어간다. 이유는 협력사와의 납품 협상 추진이 결렬돼 부품이 제대로 조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쌍용차가 생산을 중단키로 한 것은 지난 23일 열린 쌍용차 이사회에서 결의됐다. 쌍용차 지분 74.65%를 가진 마힌드라가 사실상 쌍용차의 생산중단이 불가피함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쌍용차에 대한 회생신청과 연이은 공장 생산 중단은 마힌드라측의 실력행사로 해석된다.
마힌드라측은 쌍용차 대주주가 되면서 5228억원 가량을 쌍용차에 투입해 오는 2022년에는 회사의 흑자 전환과 경영 정상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구체적인 로드맵은 투자금 가운데 2300억원 가량은 마힌드라가 투입하고, 산은 등이 나머지 2700억원 등을 조달하겠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마힌드라측이 ‘3년간 2300억원 직접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부터 불거졌다. 마힌드라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쌍용차의 정상화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자 투자 계획을 접었다. 올해 1월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산은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산은은 마힌드라측에 ‘약속 이행과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주문했으나 마힌드라측의 회생신청으로 모든 것이 물건너 가게 된 상황이다.
회생신청의 배경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회생신청의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진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1575억원을 갚지 못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굳이 이를 계기로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쌍용차가 당장 자금이 없어 빌린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돈을 빌려준 은행 측에서 즉각 자금 회수에 나서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마힌드라측의 법원 회생신청을 회사 정상화 또는 매각을 위한 절차라기 보다는 산은에 대한 압박용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더 실린다. 굳이 쌍용차 측이 두차례에 걸쳐 대출원리금연체사실발생을 공시한 것도 공세적인 스탠스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공세의 대상은 결국 주채권 은행인 산은이라는 설명이다.
마힌드라측이 쌍용차 처리 절차에 대해 공세적인 스탠스로 바뀐 것은 쌍용차의 잠재적 유력 인수 후보군인 HAAH오토모티브의 등장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HAAH오토모티브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거점을 둔 자동차 유통업체로, 수입차 유통 분야에서 35년 이상 경력을 가진 듀크 헤일 회장이 창업주다. 이 회사는 쌍용차에 대한 실사까지 모두 마친 것으로 알려지는데 실사 완료 시점은 법원 회생신청 날짜(12월 21일) 이전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마힌드라측과 HAAH오토모티브 측, 그리고 지역 정치인들 사이에 일종의 물밑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냔 관측이 우세하다.
마힌드라측이 공세적인 쌍용차 정리 절차에 착수한 것은 현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내세웠던 것과 무관치 않다. 법원에 제출한 회생절차 외에도 마힌드라측은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결정 신청서(ARS)’도 함께 제출했는데 앞으로 3개월 이내에 대출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복안이다. 문제는 마힌드라측의 계획대로 부채 만기 연장과 쌍용차 매각 등 절차가 3개월 내에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1만명에 이르는 쌍용차 임직원들의 일자리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점이다. 소위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이다. 정부는 쌍용차측에 해고됐던 노동자들을 복직시킬 것을 요구하는 등 일자리 보호에 신경을 썼던만큼 일자리 부분이 역으로 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평택 지역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산은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산은이 국책은행인만큼 쌍용차에 빌려준 대금의 만기를 연장하고 추가 자금을 집어 넣어야 일자리 보호와 지역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들이다. 다만 제너럴모터스(GM) 등 외국계 업체들이 매번 일자리를 빌미로 한국의 국책은행들을 압박해 더 많은 사실상의 세금을 지불케 만들어왔던 과거 전례를 참고하더라도, 산은이 철저한 ‘경제성’ 논리에 입각해 제대로 된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정치권에선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