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공정경제 3법’ 강행…내년엔 더 강한 규제 입법 예고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 주요 기업들 세대 교체와 새 먹거리 찾기 나서
재계·학계 “기업정책 전환과 규제 개혁이 필요한 시점” 호소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경제계에서 정치권에 여러 차례 의견을 냈음에도 ‘기업 관련 법안임에도 기업 의견은 무시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일방통행이 예상됩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9월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언급한 내용이다. 대한상의 회장은 현재 입지가 축소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을 대신해 사실상 재계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박 회장은 “코로나 사태로 도저히 버티기 어렵다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점점 넘쳐나고 있는데, 국회가 이런 기업들 호소에 얼마큼 답변하고 있느냐”며 답답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3개월 뒤인 12월 9일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그의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올 한 해 경제계가 처했던 상황을 두 단어로 요약하면 ‘코로나19’와 ‘규제’로 좁혀진다. 특히 하반기 집중됐던 각종 규제 입법과 관련 “기업인들의 ‘눈물 호소’에도 불구하고 일방통행식으로 추진됐다”는 비판이 정치권과 재계 안팎에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서울 대한상의에서 열린 확대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공정경제 3법이 기업을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기업을 건강하게 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상법 개정 취지에는 경제계도 공감하지만 규제 방식과 내용에는 아쉬움이 많다”면서 “당장 내년 주주총회부터 혼선을 줄이기 위한 선제 대응과 보완책을 건의드린다”고 다시 한 번 읍소했다.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 주요 기업들은 세대 교체를 통해 조직 쇄신과 ‘새 먹거리 찾기’ 등 활로 개척에 힘을 쏟았다.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4대 그룹이 모두 3세·4세 경영을 시작한 점도 올해 재계의 중요한 변화로 꼽힌다.
한국 경제계의 거목인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별세한 이후 온전한 ‘이재용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및 인공지능(AI)·바이오·5세대(5G) 이동통신 등 미래 먹거리 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전 삼성 계열사의 조직을 재정비했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10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경영승계를 마무리했다.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글로벌 시장 상황과 대내외 경영 환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년도 사업전략을 확정할 계획이다. 4대 그룹은 위기시 단기적인 사업 전략으로 대응하는 ‘컨틴전시 플랜’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1월에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가 별세하면서 국내 주요 10대 그룹 창업주인 1세대는 이제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정부와 거대여당은 현재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내년은 재계에 더욱 험난한 일정이 예상된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올해 기업들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악조건 속에서도 투자와 고용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최근 기업규제 3법과 노동관계법 등 연이은 입법으로 기업환경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민간 활력 회복과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기업정책의 전환과 적극적인 규제 개혁에 적극 힘 써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